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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에게 간다
장철문
서어나무가 나한테 가지를 내밀었다
가지가 없어서, 나는
손을 내밀었다
곁에 가 서기도 하고
그늘에 들어가 앉기도 했다
참 많은 바람을 가져서
숨 쉬기가 편했다
참 많은 잎사귀를 가져서
수런수런 한담을 건네기도 했다
내가 그의 설움을 다 알 수는 없다
저녁까지도 함께 있다가
너무 늦기 전에 돌아오기 때문에
태풍에 가지가 부대끼고
꺾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역시
나의 신경질을 다 알 수는 없다
나는 그에게 발소리를 들려주었다
그의 무릎에 앉거나
둘레를 거닐어도
그늘은 줄지 않고
바람은 바닥나지 않았다
나는 서어나무를 가졌다
그는 나의 것이 아니고
나도 그의 것은 아니지만,
서어나무가 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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