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누군가 내게 내년 계획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때 특별한 계획 없이 건강하게 잘 노는게 목표라고 대답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논다는 표현 속에는 날짜가 긴 해외 트레킹도 포함이 되어 있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산도 포함이 되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건 어느 정도 일상이 되었으니 새삼스럽게 목표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일상적인 것 중 연말에 1년 수첩을 정리하다가 생각보다 책을 많이 못 읽었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나빠지고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지.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겠다 다짐을 해 본다.
우연히 작년과 재작년 읽은 책의 양이 똑같았다.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 다섯 권은 더 늘려야겠다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 컴퓨터에 이런저런 글을 쓰지만 손글씨가 뇌에 작용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을 여러 군데에서 접하고 작년에 시도했다 실패한 손글씨를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작년에는 일기를 써야겠다 했는데 정말 보름쯤 실천했을까?
그래서 올해는 일기뿐 아니라 신문이나 책에서 만난 인상적인 구절이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문구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적어 보기로 했다.
글씨를 쓰다 보면 글씨가 바람을 맞은 것처럼 휘날리게 된다.
본래 연필 글씨를 좋아해 연필로 쓰기로 했지만 가능하면 또박또박 써야지.
연필이 종이에 닿으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책을 많이 읽는 친구는 책에 줄을 치던 부분을 기록하기로 했단다.
서랍 안에서 잠자던 만년필을 꺼내어 말라붙은 잉크를 닦아내고 준비를 했다고.
나보다 각오가 더 대단한 걸.
만년필에 어울리는 잉크도 주문했다고 하니 잠자던 만년필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
이런 각오를 하고 나니 책을 읽을 때 더 꼼꼼하게 보게 된다.
그날 그날 어떤 문구를 만나게 될까, 신문을 보면서도 책을 보면서도 눈이 커진다.
이렇게 하면 뇌가 좀 활발하게 깨어 있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