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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와 함께

by 솔뫼들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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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처음으로 손에 든 책은 '이끼와 함께'이다.
작가 한강이 아버지인 한승원에게 선물한 책이라고 하던가.
'작지만 우아한 식물, 이끼가 전하는 지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부끄럽게 지난  해 야쿠시마 트레킹에서 지의류와 이끼를 구별하지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야쿠시마가 아열대 기후이기는 하지만 유난히 이끼 종류가 다양하다고 했지.
 
지구상에는 무려 12000 ~ 20000종에 달하는 이끼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종의 이끼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잎과 줄기, 뿌리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이끼가 생존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한다.
죽은 것 같았던 이끼가 물을 머금고 다시 녹색을 띠는 것이 신비스럽기도 하고.
 
 저자 '로빈 월 키머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예라고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연을 보는 방식이 서양 사람들과 다르다.
이 책은 그런 시각으로 이끼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어떠한 존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존경의 표시고 이름을 무시하는 것은 무례함의 표시다. 단어와 이름은 우리 인간이 서로뿐 아니라 식물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제 식물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사람들이 아는 식물 이름은 평균 열 개가 넘지 않고 여기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이름을 잃는 것은 존중을 잃는 과정의 한 단계다. 이름은 아는 것은 관계를 회복하는 첫 단계다.
 
 나는 이끼가 장식, 등불 심지, 설거지에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얼마 안 되는 기록이지만 사람들이 이끼에 대해 무지하지 않았으며 이끼에게 주어진 역할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서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오논다가족은 머위가 이곳에서 자라는 이유는 쓰이는 곳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초는 질병의 근원지에서 자란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아 물이 흐르면 아이들은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추위도 잊은 채 물속을 걷고, 물을 튀기며 물살에 누구 막대기가 더 빨리 떠내려가는지 경주하고 난 뒤 집에 돌아가면 한밤중에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깬다. 물에 발을 담근 후 기침이 나는 아이들은 머위를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이끼는 기저귀와 생리대로 널리 사용되었다.
 
무언가를 소유하면서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소유는 소유 대상의 내재되니 자유를 억압하므로 소유자는 힘을 얻지만 소유 대상은 쇠약해진다. 이끼를 통제하려는게 아니라 진정 사랑한다면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매일 보러 가야 한다 . 소설가 바버라 킹솔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중히 여기는 대상이 소유욕으로 가득한 우리의 품 밖에서도 잘 지내도록 보호하고 싶다면 가장 이타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
 
언젠가 오논다가족 노인은 내게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말했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운동 삼아 걷다가 이끼를 보면 이제 무심코 지나가지 않게 된다.
겨울이지만 아직도 생명력을 뽐내는 이끼가 대견하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숲에서 만난 이끼를 조금 떠서 베란다 화분에 심고 싶었던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생명 하나 내 손으로 죽였겠구나.
매일 가서 숲속 그 자리에 있는 이끼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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