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특이하다.
'생각을 바꾸는 불편하고 위험한 그림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서양 미술사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표지에도 기괴한 얼굴을 한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괴물 같다고나 할까.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 책은 한국일보에 연재된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라는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러니 어떤 시선에서 그림들을 보았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책에는 우리가 익히 본 그림들도 있고, 처음 보는 그림도 꽤 나온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술사에서 지워진 작가들이 있었겠지.
신분이 비천해 인정받지 못했던 작가나 남성 본위의 시대에 여성 작가들이 그런 경우이다.
시대가 바뀌어 그런 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작품이 빛을 보게 되었단다.
늦기는 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작가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도 파헤친다.
무엇이든 알고 나면 다시 보이지 않던가.
고갱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고갱에 대한 연구에서 드러난 것들을 보면 작품은 훌륭하고 후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인종 차별이나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타히티 원주민을 대하는 태도 등등 부정적인 면들이 많다.
다른 책에서도 여성을 무시하고 노예처럼 대하는 그의 면면을 본 적이 있다.
돈에 집착하고 여성을 노리개처럼 여기는 작가라...
그런 생각을 하면 고갱의 그림이 다시 보일 것이다.
잊혀졌다가 주목을 받은 여성 작가 마담 르브륑에 대한 부분은 보면서 내내 즐거웠다.
편견에 맞서 싸우면서 당당했던 여인이 그 시대에도 있었구나.
또 궁정화가로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마음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내 마음에 온기가 도는 듯하다.
그 시대에 마리 앙투아네트도 피해자였고, 남성 중심의 궁정에서 마담 르브륑도 소수자였으니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겠지.
마담 르브륑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림을 보면 그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친근감이나 온정 등등.
이런 작가들이 비로소 세상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저자가 역사를 전공하고 미술사를 공부해서인지 그림 속에서 역사를 보는 시각이 느껴진다.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풍습 등등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덕분에 그림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