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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옥수수밭이 있던 자리

by 솔뫼들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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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밭이 있던 자리

                                      나희덕

 

어제까지 열려 있던 문이 닫혔다

바람에 소리를 내던 옥수수밭이 사라져버렸다

옥수수가 사라지면서

흔들림도, 허공도 함께 베어졌다

허공은 달빛을 안을 수 있는 팔을 잃었다

소리내어 울 수 있는 입술을 잃었다

갑옷과 투구 부딪치는 소리,

석탄을 지닌 산줄기가 먼저 폐허가 되듯이

열매는 실한 순서대로 베어져갔다

밑둥의 피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밭은 더 어두워질 것이고

성근 열매들은 여분의 삶을 익혀갈 것이다

 

피 흘리는 허공,

희고 붉고 검은 옥수수알,

수확한 옥수수를 자루에 넣는 손,

푸른 자루를 실은 트럭이 산모퉁이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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