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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by 솔뫼들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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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라는 책을 읽었다.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자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인 부모 아래 페르시아에서 태어났고, 아프리카 여성들처럼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전화위복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나?
 
 '다섯째 아이'는 전통적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미고 살기 위해 결혼을 한 후 커다란 집에서 살며 아이들을 생기는 대로 낳고, 부모를 포함한 대가족 파티를 즐기는 부부에게 다섯째 아이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섯째 아이는 해리엇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무언가 달랐다.
그러더니 태어난 후에는 바로 위 형보다 체격이 크고 눈초리가 매서워 형을 주눅들게 만드는 둥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부모는 그래도 그 아이를 감싸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결국 다섯째 아이인 벤을 피해 기숙사나 할아버지 집으로 피신 아닌 피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가족들이 참다 못해 벤을 특수한 곳에 보내는데 모성애가 지극한 해리엇이 참지 못하고 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면서 사달이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눈빛만으로 동물을 죽이는가 하면 학교에 가서 적응을 못하고 자기보다 큰 불량아이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러다가 집을 떠나게 되는데 힘에 겨운 나머지 해리엇마저 벤의 가출을 속으로 반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말이 무어라 확실하게 나지는 않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라도 그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대처하기 어려울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막말로 자식을 갖다 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데이비드와 해리엇이 꿈꾸었던 행복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난다.
손가락 사이로 행복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사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아이 하나가 부부를, 아니 가족 전부를 구렁텅이로 빠뜨릴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미래는 장밋빛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결혼을 앞두고 청춘남녀가 변호사를 찾아와 자기들이 계획한 걸 공증(?)해 달라는 부탁을 했단다.
변호사는 내용을 읽어보고 살다 보면 예상 안한 일들이 얼마나 생길지 모르니 공증할 수 없다고 거절을 했다나.
젊은 친구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지 않고 자기들이 꿈꾸는 미래가 그대로 펼쳐질 거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었겠지.
아니 어쩌면 계획대로 인생이 굴러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해리엇에 감정이입이 되어 답답했다.
자기 배 아파 나은 자식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미의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까.
다섯때 아이 때문에 사이 좋던 부부관계까지도 순식간에 파탄이 나지 않는가.
 
 인생은 그런 거라고 작가가 말하고 싶었을까?
도리스 레싱의 머리 속이 궁금해진다.
도리스 레싱의 다른 작품도 한번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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