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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솔뫼들 2025. 6. 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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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파이 이야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 작은 보트에 소년과 호랑이가 타고 있던 기억이 난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호랑이, 파도와 싸우며 생존해가는 인도 소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지.

 

 봉사하는 도서관에 '파이 이야기' 원작소설이 있어서 빌려 왔다.

이야기를 대충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참 많다.

물론 영화를 본 지 오래 되어 많이 잊은 것도 한 몫 할테고.

 

 캐나다 출신 얀 마텔의 작품 '파이 이야기'

파이는 구명보트에서 227일간 살아 남은 소년의 이름이다.

맨 부커상에 빛나는 이야기에 나는 며칠 푹 빠져 들었다.

 

 뱅골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까 봐 걱정을 하면서도 사실 파이는 호랑이가 없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도리어 나중에 호랑이는 파이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나 할까.

생각해 보면 망망대해 태평양에 표류하는 작은 구명보트 안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생명이 있는 존재가 함께 한다는 것이 의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호랑이보다 바다가 무섭다는 것도 이해가 되고.

광폭한 파도에 휩쓸리고 보트가 전복될 상황이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은가.

 

 그 상황이 안 되어 봤으니 알 수가 없지만 멕시코 해안에 표류하다 발견된 후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것 또한 이해가 된다.

먹을거리가 다 떨어지고 난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고 빗물을 받아 마시며 살아남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설정이다.

 

 어린 시절 읽은 '톰 소여의 모험'이나 '15 소년 표류기', 로빈슨 크루소'가 생각난다.

물고기나 보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얼까 묻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