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오전 11시 40분, 어느 새 모운동에 도착했습니다.
한낮인데도 모운동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고요한 마을이군요.
아침에 본 모운동 마을호텔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 봅니다.
모운동 마을호텔은 호텔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숙박이 가능한가 했더니만 간단한 식사와 차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EBS와 tvn 방송국이 이곳 모운동에 와서 촬영을 했다고 하네요.
모운동 마을호텔 앞에 텔레비전에서 본 익숙한 얼굴들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운동이 많이 알려졌나 봅니다.
모운동에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는 건 무리이다 싶어 일단 차에 오릅니다.
차를 타고 구부러진 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음식점을 찾아야지요.
부지런히 스마트폰 검색을 하니 '심심산골 건강밥상'이라는 곳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네요.
차를 돌려 주차를 하고 보니 옥동중학교 바로 앞에 음식점이 있습니다.
중학교가 있는 걸 보니 여기가 나름대로 김삿갓면 면소재지 아닌가 싶군요.
음식점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큽니다.
母子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앞에 한 팀이 점심을 먹고 있더군요.
우리는 주인이 추천하는 대로 산채어수리돌솥밥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어수리는 많이 들어본 식물이기는 하지만 나물로 먹어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산길을 몇 시간 걷고 왔으니까 혹시 음식이 부족할까 싶어 더덕구이를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에 고등어구이를 포함해 스무 가지 정도 되는 반찬이 식탁에 쫙 깔렸습니다.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가격이 1인당 15,000원이었거든요.
주문한 더덕구이는 한참 후에 나오더군요.
왜 그렇게 늦게 나오느냐 하니 맛과 영양을 위해 주문을 받은 다음에 더덕 껍질을 벗겨 음식을 한다고 합니다.
음식을 만드신 어른 말씀에 의하면 이 더덕이 무려 8년 된 더덕이라고 하네요.
정선에서 키우는 더덕인데 보약이나 다름이 없다고요.
그래서 집에서 담근 고추장만으로 살짝 간을 해서 그대로 굽는다고 합니다.
8년 된 더덕을 반찬으로 먹기도 하는군요.
가격이 비싸서 계속 해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하시는데 그래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음식은 간도 심심하고 죄다 맛있습니다.
어떤 걸 먼저 먹어야 할지 젓가락이 정신이 없을 정도라니까요.
친구는 주인에게 이 가격에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느냐 물으니 어머니께서 많은 사람이 와서 먹을 수 있게 가격을 올리지 말자고 하신답니다.
참 고마운 말씀이지요.
시골에서 이렇게 큰 음식점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니 여름이면 감삿갓계곡에 휴가온 사람이 몰려 정신이 없다네요.
김삿갓계곡이 여름 휴가지로 소문이 났고, 주변에 캠핑장도 있나 봅니다.
요즘 인력난도 심한데 어떻게 하시느냐 하니 여름철 바쁠 때는 '알바'를 한 사람 쓴다고 합니다.
설거지는 초음파 세척기가 하고, 넓은 음식점 바닥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하고요.
첨단기계를 잘 활용해 도시보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음식점 운영을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여기가 텔레비전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맛집이었네요.
정말 음식점 이름처럼 건강한 느낌이 드는 점심을 감사히 잘 먹고 갑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향기 좋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근처에 '브레드 메밀'이라는 빵집이 있다고 하는데 꽤 알려진 곳인가 보네요.
메밀로 건강한 빵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궁금해 브레드 메밀을 찾아서 산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갈 때 포도와 와인으로 유명하다고 계속 안내문이 보이더니만 그 동네였군요.
예밀마을.
이름도 참 예쁘지 않은가요?
주차를 하고 친구가 '브레드 메밀'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방범벨이 귀청을 때립니다.
친구는 기겁을 하고 도로 나오고요.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갔는데 사람도 없고 영업을 안 한다고 하네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다 바로 앞에 예밀와인 힐링족욕체험센터가 있기에 구경 삼아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에서 커피와 차, 그리고 와인을 팔고 있더군요.
브레드 메밀은 주말에만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문이 열려 있었지요.
시골이니 이런 일이 가능하겠지요.
우리는 예밀와인 힐링족욕체험센터 구경을 하고 커피와 음료수를 주문합니다.
와인도 종류대로 시음을 해 보고요.
여기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예밀마을에서 생산된 포도로 2년 숙성을 시킨 와인이라고 하는데 깊은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친구는 친구들 모임에서 마신다고 와인 한 병을 구입했습니다.
여기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족욕을 하면 피로가 확 풀리겠는걸요.
와인을 섞은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더 잘 된다고 합니다.
한 사람당 15,000원을 받는데 와인 두 잔과 '핑거 푸드'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영월 여행 중 피로가 쌓이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우리는 이제 귀갓길에 올라야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납니다.
무슨 일인가 하니 브레드 메밀에서 방범벨이 울려 방범 회사에서 출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졸지에 친구가 도둑으로 몰릴 뻔 했습니다.
그분들에게 자진해서 상황 설명을 한 다음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제가 운전대를 잡습니다.
제 차가 아닌데다 친구의 새 차라서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하네요.
규정 속도 지키며 안전운전을 해야지요.
영월을 벗어나기도 전에 친구는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식곤증이 심한데 와인이 수면제 역할을 했나 봅니다.
고속도로에는 생각보다 차량이 많지 않군요.
다행입니다.
영월 여행을 계획하면서 연당원에도 가고 싶었고 - 겨울이라 볼 것이 없기는 하겠지만 - 라디오스타박물관도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1박2일 시간이 짧아서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월 구경 잘 했습니다.
이렇게 미련을 남겨두어야 다음에 또 오겠지요.
차는 잘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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