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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영월을 다녀와서 4 - 장릉, 선돌

by 솔뫼들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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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이번에는 단종의 묘인 장릉으로 차를 달립니다.

장릉은 전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다른 왕릉들과 달리 멀리 외따로 떨어져서 참 소박하다 생각을 했었지요.

 

  조선 5대 문종의 아들로 태어난 단종은 세종 임금이 무척이나 아끼던 손자였다고 합니다.

문종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12세에 왕위에 오르게 되지요.

그러나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는 바람에 단종은 상왕으로 물러났다가 사육신의 단종 복위운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청령포로 유배를 오게 됩니다.

이번에는 금성대군 등의 단종 복위운동이 발각되어 피바람이 불고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단종은 여름철 장마로 청령포가 잠길 우려가 있어서 관풍헌으로 옮겨 있다가 사약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단종의 시신을 거두지 않자 영월 호방이었던 엄홍도가 밤에 몰래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냈다고 하지요.

그때 단종의 나이 17세였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면서 장릉을 향해 헉헉 올라갑니다.

우리 말고 한 팀이 능 앞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군요.

중종때에야 비로소 왕릉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장릉은 쓸쓸합니다.

제 마음이 그런지도 모르지요.

 

 장릉 앞에서 잠깐 고개를 숙입니다.

장릉은 무인석도 없는 단출한 묘소에 왕비의 묘와 함께 있지도 않습니다.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많이 겪었으면서도 정순왕후는 장수를 했다고 하지요.

정순왕후의 묘인 사릉은 남양주에 있습니다.

서울시민대학 수강시 답사차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장릉에서 내려와 단종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신하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장판옥, 홍살문, 정자각, 수라간, 영천 등을 돌아봅니다.

소나무 우거진 길을 따라 빙 돌아나오니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지냈다는 엄홍도의 충절을 기리는 엄홍도 정려각이 나옵니다.

능 제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준비를 하고 왕릉을 관리하는 재실은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크네요.

단종역사관까지 돌아본 후 발길을 돌립니다.

 

 겨울 해는 짧습니다.

시간이 꽤 되었다 싶으니 가까운 곳을 방문하기로 합니다.

선돌이 장릉에서 그리 멀지 않네요.

 

 선돌은 국가지정 명승 제76호로 지정이 된 곳으로 영월 10경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기암괴석이 서 있는 돌이라는 뜻으로 서강의 푸른 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곳이지요.

 

 

  선돌을 보기 위해서는 해발 320m인 소나기재  정상에 주차를 하고 전망대로 갈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보이는군요.

우리 같은 여행객이 아니라 사진가로 보입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선돌이 달리 보이는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도 선돌 전망대에 섰습니다.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모습으로 높이가 70m 정도 된다는데 정말 생각보다 우뚝 서 있군요.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가던 도중 선돌을 보고 '우뚝 서 있는 것이 마치 신선처럼 보인다.'고 하여 '仙돌'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도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다가 선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습니다.

단종유배길이라는 이정표가 선돌 방향으로 가느다랗게 나 있네요.

이정표를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조심조심 경사진 길을 따라 오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선돌은 또다른 모습이군요.

끝이 두 갈래로 삐죽 갈라져 보입니다.

 

 영월 걷는 길 중에서 단종유배길이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단종유배길은 영월 걷는 길 중에서 가장 거리가 긴 길입니다.

44.5km로 무려 12시간이 걸린다고 나오는군요.

이 길을 따라 걸으려면 이틀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느 지역에서 걷는 길이 나오면 무작정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어집니다.

이것도 병일까요?

 

 

  서강이 기울어지는 햇살을 받아 빛납니다.

모든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 듣고도 시치미를 뚝 따는 것 같습니다.

이제 강물과 이별을 할 시간입니다.

 

 

겨울 강변에 서면

바람은 맑은 얼음꽃이 되고

강물은 어제를

고요히 떠나보낸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을 거으며

내 마음은 새로 태어난다.

 

무엇이든

처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깨끗한 겨울 강변.

 

  이해인의 < 겨울 일기 >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