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월을 다녀와서 2 - 청령포

솔뫼들 2025. 1. 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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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다시 청령포로 이동합니다.

영월에 몇 번 와 봤어도 청령포는 안 가본 곳입니다.

어린 단종 임금이 유배되었던 곳이라고만 알고 있지요.

말만 들어도 슬프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계유정란으로 왕권을 잡은 수양대군이 단종 복위운동을 한 사육신을 몰살하고 단종을 노산군을 강등시켜 청령포로 유배를 보냅니다.

청령포는 섬이 아니지만 험준한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섬과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청령포 유배 중 금성대군 등이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자 결국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게 되지요.

그렇게 어린 단종 임금은 영월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계유정란 관련 이야기는 오래 전 신봉승의 7권짜리 대하소설 '한명회'라는 소설을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이니 허구적인 면도 있겠지만 계유정란의 주동자 중 한 명이 바로 한명회이지요.

한명회는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한명회가 만든 정자가 한강가에  지명으로 남은 '狎鷗亭'이고요.

 

  청령포 입구에서 티켓을 사서 바로 배를 타고 건너 갑니다.

청령포가 바로 코 앞이라 배에 올랐나 싶은데 내리지요.

친구는 여기는 다리를 놓는 것이 맞겠다고 합니다.

뭔가 다리를 놓지 않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슬픈 역사를 간직했는데도 소나무 우거진 숲은 아름답군요.

안내도를 보고 그대로 따라 걷습니다.

단종어소 앞에는 지붕을 새로 하고 있더군요.

초가지붕 이엉을 바꾸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걸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이엉을 엮을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이엉을 보면서 시나브로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단종어소에는 어린 단종 임금과 신하 모습을 재현해 놓았군요.

단종 임금은 여기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겠지요.

어린 임금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觀音松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樹齡이 600년 정도 되었다는 관음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단종이 소나무의 갈라진 줄기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고 하여 관음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무 껍질이 검은색으로 변하여 나라의 변고를 알려주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귀하게 여겼다고하지요.

안내문을 읽고 나니 소나무가 다시 보입니다.

 

 단종이 한양을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돌탑인 망향탑도 돌아봅니다.

단종이 남긴 유일한 유적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달리 보입니다.

 

 

  전망대에 올라 서강을 내려다봅니다.

가뭄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겨울 서강은 침묵수행 중입니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이 해질 무렵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었다는 노산대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립니다.

 

 내려오다 보니 비석이 보입니다.

영조 때가 되어서 일반인들의 청령포 출입을 막았다는 禁標碑입니다.

이 금표비 덕분에 숲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정말 솔숲이 청청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청령포 수림지는 2004년 산림청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숲에 선정이 되었다고 하지요.

날씨만 좋다면 솔숲의 기운을 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눕거나 앉아 있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지금 바람이 잔잔해 그리 춥지는 않지만 낮기온이 영하이니 가만히 있으면 금세 추위가 느껴질 겁니다.

 

 

 단종 임금에게 사약을 전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금부도사 왕방연이 지었다는 시조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임무이니 어쩔 수 없이 했겠지만 어린 임금에게 사약을 전한 금부도사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학창시절 역사적 사실과 함께 암송했던 시조를 입으로 뇌어 봅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  왕방연 -

 

 청령포는 교육적인 면은 물론이고 숲 때문에라도 한번쯤 꼭 와 보면 좋을 곳이군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배를 타는 곳으로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