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임실 여행기 1 - 임실치즈테마파크

솔뫼들 2024. 12. 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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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다 가기 전에 1박 2일 일정으로 임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친구가 노르웨이에서 올 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산 치즈가 입맛에 맞는다고 같은 걸 인터넷에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동안 치즈에 꽂힌(?) 친구가 취향에 맞는 치즈를 찾기에 그러면 그 김에 임실치즈테마파크에 가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사실 나는 치즈보다는 옥정호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어찌 되었든 그렇게 해서 임실로 차를 달린다.

 

 늦게 출발하기도 했지만 평일임에도 도로가 붐빈다.

공주 정안알밤휴게소에 잠깐 들러서 간식을 챙겨 먹은 다음 운전대를 친구에게 넘겼다.

고속도로를 몇 번이나 갈아탔는지 모르겠다.

내처 임실로 달렸다.

 

 임실에는 한번도 가본 기억이 없다.

순창 강천산이나 용궐산 갈 때 스쳐가기는 했겠지.

인터넷을 찾아 보니 임실은 생각보다 오지였다.

사실 임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도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옥정호, 그리고 김용택 시인뿐이었으니까.

확실하게 두 군데를 목적지로 정하고 간다.

아하! 가을이면 옥정호 물안개가 유명하다고 하니 국사봉 전망대에서 물안개를 보는 일정도 넣어야 한다.

나머지는 상황에 맞게 해야지.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어디 몇몇 애비 없는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의 < 섬진강 1 >

 

 인덕원에서 오전 9시 20분쯤 출발해 임실치즈테마파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10분경.

주차를 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관광안내센터를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다.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화덕피자가 유명하다고 해서 화덕쿡을 찾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우리도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대표 메뉴인 화덕쿡 피자와 상하이 토마토스파게티를 주문했다.

미리 가입한 임실디지털관광주민증으로 음료수 한 잔도 서비스로 받고.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영주에서도 혜택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찾아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누려야겠지.

 

 주문한 음식은 금세 나왔다.

얇은 도우라 바삭한 느낌이 느껴지는 피자에 임실N치즈를 사용했다고 한다.

토핑으로 새우가 올려져 있고.

임실N치즈를 사용한 화덕피자라 해서 특별한 기대를 했는데 맛은 평범했다.

너무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스파게티를 한 입 먹은 친구는 스파게티가 맵다고 하네.

나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정말 매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입안이 화끈한 걸.

 

 

  점심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구경을 해 보아야지.

일단 엄청나게 커다란 치즈 모형 사진을 찍는다.

임실치즈테마파크 하면 떠오르는 상징 같은 조형물 아닌가.

 

 그런 다음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돌아본다.

생각보다 꽤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만든 지정환 신부를 기리는 지정환홀도 보이고, 멀리 임실치즈펜션도 보이네.

부지가 생각보다 넓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양과 알파카를 키우는 가축장을 돌아보았다.

처음 임실치즈를 만들 때는 산양유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산양유의 양이 적어 지금은 우유를 사용하고 있단다.

아이들이 동물들 먹이를 주는 둥 놀기 좋은 공간을 조성해 놓아서 놀이공원 같은 느낌도 든다.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부모들이 피자 만드는 체험도 하고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공간이겠구나.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바퀴 돌아보고 임실치즈역사문화관으로 향한다.

지정환 신부가 만들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제대로 그 과정을 알고 싶었다.

우리 이름으로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 출신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머나먼 동쪽 끝 가난한 나라 한국으로 왔다. 

못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생각한 것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잘 사는 것이었는데 부안에서 간척사업으로 만든 농장을 사람들이 팔아먹는걸 보고 실망해 유럽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실망해서 유럽으로 돌아갔던 지정환 신부가 다시 돌아와 만든 것이 지금의 임실치즈테마파크이다.

비록 지정환 신부는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멋진 공간이 탄생해 한국의 치즈마을로 우뚝 서서 임실 사람들의 자립을 돕고 있으니 뿌듯하시겠지.

한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기셨던 것 같은데 정말 존경스런 분이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니다가 프랑스 가정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기에 찾았더니 문을 닫았다.

헛걸음을 했네.

산으로 올라가니 임실치즈펜션이 보인다.

다음에 임실에 온다면 임실치즈펜션에 묵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지정환홀과 치즈공장을 지나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치즈를 시식하고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주차장 주변에 있다기에 들어가니 치즈 판매장이라기보다는 임실 지역 특산물 판매장이었다.

생각보다 치즈 종류가 많지도 않고 시식을 해 볼 수도 없는 점이 아쉬웠다.

치즈 가격도 신선한 우유로 만든 국산제품이라 그런지 가격이 싸지 않다.

어찌 되었든 친구는 치즈 하나를 사고 내일 아침을 위해 요쿠르트를  산 다음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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