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21) -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솔뫼들 2024. 6. 26. 08:32
728x90

 오늘은 느지막히 일어나 준비를 한다.

짐을 정리하면서 보니 호텔 시설은 좋은데 청결 상태가 영 엉망이다.

호텔 방에서 캐리어에 먼지가 묻을 정도이니 청소기 한번 안 돌린 것 아닌가.

버스에 오르며 인솔자에게 이야기를 하니 스페인 사람들이 본래 그렇게 깔끔하지 않단다.

보이는데만 청소를 한다나.

내가 보기에는 보이는 데도 청소를 안 한 것 같아 팁을 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 호텔 맞아?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가 확 나빠지네.

 

 오늘은 프라도 미술관에 들렀다가 바로 마드리드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정이다.

일정이 간단하니 마음이 좀 편하다.

도슨트 활동을 하는 미야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그림을 볼 생각에 들떠 있고.

 

 

프라도 미술관은 18세기 카를로스 3세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했다.

자연과학 박물관이 될 예정이었다가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는 둥 우여곡절 끝에 왕가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태어났단다.

엘 그레코, 프란시스 데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 등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유럽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소장 작품이 무려 8,000점에 이른다던가.

 

 검색대를 통과해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멋진 조각상이 우리를 맞아준다.

전시실에 걸린 그림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조금 아쉽다.

 

 

나는 아무래도 전에 본 적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에 엄청나게 예쁘고 귀여웠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르게리타 공주와 시녀들을 그린 작품인데 마르게리타 공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모습을 그림을 통해서 확인해서일까? 

근친결혼으로 인해 '합스부르크 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형적으로 모습이 변하거나 요절하는 일이 많았던 왕가의 그림을 보면서 작년인가 국립박물관에서 만났던 합스부르크 작품들이 생각났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한쪽에 화가 자신을 슬그머니 그려 넣는다는 것.

그림을 보면서 화가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제 강점기 배운성이라는 화가가 그린 '가족도'에도 한쪽 끝에 자신을 그려넣었었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던 화가가 기억난다.

모두 정면을 보고 있는데 바라보는 방향도 달랐고.

 

                                    (배운성 가족도, 왼쪽 끝에 두루마기를 입은 화가가 서 있다. )

 

 고야의 작품으로 발길을 옮긴다.

고야는 궁정 화가로서 왕가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보통 초상화는 실제 모습보다 미화하기 마련인데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와 그의 가족'을 보면 그림 한가운데 왕이 아니라 왕비가 서 있다.

그만큼 왕의 권위가 무너진 것을 은연중에 표현한 것이겠지.

왕은 재상과 놀아나는 왕비를 묵인하고 국사를 돌보지 않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사냥만 했단다.

심지어 왕비에게서 난 자식이 왕의 자식인지조차 말이 많았다고 하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 고야, 카를로스 4세 가족 초상화)

 

고야의 그림으로 알려진 '옷 입은 마하', '옷 벗은 마하'도 눈길을 끈다.

그 시대 여성의 벗은 몸을 그리는 것은 금기시되던 일이었다.

이 그림 때문에 고야는 종교 재판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고도이 재상이 고야에게 그림을 주문하고 어떤 손님이 오느냐에 따라  두 그림 중 하나를 보여 주었다나.

세상에 대해 소리 없이 반기를 들었던 고야의 성격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몇 작품 둘러보면서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니 그림이 달리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실감나네.

그런데 우리나라도 아니고 먼 남의 나라 스페인 역사와 그 시대 상황까지 알고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지.

시간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시간 30분이 지났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밖으로 나오니 미술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우리는 단체 예약도 했지만 아침 일찍 가는 바람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지.

미술관에는 문이 세 개 있는데 고야, 벨라스케스, 무리요의 동상이 서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고야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우리도 넷이 고야의 동상 앞에 섰다.

프라도 미술관 다녀가는 기념사진 한 장 남긴다.

 

 

 

이제 버스에 올라 마드리드 공항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스페인 여행은 막을 내린다.

친구들과 작년부터 계획했다가 어렵게 시간을 맞춘 여행이었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건 행복이라고 나태주 시인이 노래했던가.

여행도 즐거웠고, 돌아가 쉴 집이 있다는 것도 좋고...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혼자 있을 때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태주의 < 행복 >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