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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나해철
살아서
열린 귀로 가을밤을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먹고 사는 일보담
벌레 우는 소리가 더 가까워
고요히 엎드려 울 때
둥두렷이 달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구부린 채 저 산들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시간들은 별이 되어 하늘에 내걸리고
맑아진 영혼의 한 조각을 데리고
내 울음이 낙타가 되어 서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깨끗한 추억 속의 한 남자가
먼 달빛의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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