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가을밤

솔뫼들 2023. 10. 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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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나해철

 

살아서

열린 귀로 가을밤을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먹고 사는 일보담

벌레 우는 소리가 더 가까워

고요히 엎드려 울 때

둥두렷이 달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구부린 채 저 산들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시간들은 별이 되어 하늘에 내걸리고

맑아진 영혼의 한 조각을 데리고

내 울음이 낙타가 되어 서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깨끗한 추억 속의 한 남자가

먼 달빛의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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