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나는 벌써

솔뫼들 2023. 10. 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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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벌써

                                                        이재무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

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

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

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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