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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나무
곽재구
네가 소년이었을 때
푸른 내 가지 위에 올라
바람 그네 타는 걸 좋아했지
순한 귀 기울여
파랑새 소리 들을 때면
잎사귀 흔들며 나도 가슴이 뛰었지
세월이 흘러도
바람 그대로 불고
눈도 비도 햇살도 대지를 적시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나무 위에 올라
새소리도 듣고
바람 그네도 타는데
사람아
울지 마렴
옛날처럼 내 무릎 위에 오르렴
오르다 엉덩방아도 찧고
흰 수염 날리며 바람 그네도 타고
밤이 깊어지면 꿈꾸는 잎사귀들 속에서
푸르디푸른 밤하늘의 별들을 보렴
새로 태어난 소년 소녀들이
내 둥지를 타고 오를 때
산 너머 흰 구름
새로 돋은 무지개를 보여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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