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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둘째날 - 여수 금오도 비렁길 3코스 ( 직포~ 학동) (1)

솔뫼들 2022. 3. 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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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이제 3코스로 접어듭니다.

확실히 비렁길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겨우내 가뭄이 심해서 먼지가 심한데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앞 사람이 걸으며 만든 흙먼지 때문에 괴롭습니다.

저도 물론 그런 흙먼지를 만들며 걷고 있겠지요.

 

 비렁길 3코스는 직포에서 학동까지 3.5km로 2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군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비렁길 5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단체관광객이나 트레킹족들이 주로 3코스를 걷고 간다고 합니다.

 

 길은 우리를 바로 산으로 안내합니다.

무리 지어 떠들며 다니는 사람들을 피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친구는 경상도 아주머니들이 유난히 시끄럽다고 투덜거립니다.

모르기는 해도 여럿이 오면 군중심리에 목소리가 커지는데다 경상도 특유의 높낮이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란스럽기는 하네요.

 

 

 오르막길이 끝났나 싶은데 오솔길이 나오네요.

'오솔길'을 만나나 오솔길 유래가 생각납니다.

오솔길은 '오소리가 다니는 길'이어서 오소리길이라 부르다가 오솔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오소리는 평소 늘 다니던 길을 찾는 습성이 있는데 짧은 다리로 가던 길만 가니 오소리가 오가던 길은 자연스레 좁은 길이 나는 것이지요,.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은 길입니다.

물론 길이 좁아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피하기 어렵고, 앞서가던 사람과 속도가 안 맞아 추월하기도 힘들기는 하지만요.

 

 갈바람통 전망대에서 단체로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습니다.

그냥 발길을 돌렸지요.

3코스에서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했다 벗었다 반복합니다.

산길이 많은데 마스크를 하고 걸으려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전망대에서 약간 벗어나 포즈를 취해 봅니다.

이곳은 육중한 바위 사이로 사람을 끌어들일 것 같은 깊은 바다색에 취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요.

 

 

 다시 발길을 재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이야기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야기를 하느라 한없이 속도가 느려지는 팀이 있군요.

다른 사람 아랑곳없이 느리적느리적 걸으며 이야기에 빠져드는 분들입니다.

하는 수 없이 먼저 가겠다 양해를 구하고 후딱 뛰어 추월합니다.

산에서 추월할 때 '연탄이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던데 금오도 비렁길에서 연탄이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말이 안 되지요.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경사가 꽤 가파르네요.

근처에 매봉이라는 봉우리가 있으니 이렇게 경사가 급한가 봅니다.

수시로 나오는 된비알에 힘겨워하며 헐떡거립니다.

 

 저는 가벼운 옷을 입고도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데 시커먼 롱패딩'을 입고 걷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복장을 보건대 관광 삼아 온 사람들일테지만 대단해 보입니다.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그런지 옷차림이 볼 만합니다.

한겨울 옷부터 반팔 차림까지 다양하네요.

 

 걷다 쉬다 걷다 쉬다 반복합니다.

사람들 틈에서 친구와 속도를 맞추어 가기도 쉽지 않군요.

계단이 나오면 헉헉대며 오르고 다시 내리막길에서 넘어질세라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생각보다 지치고 힘이 드는군요.

7년 전 걸을 때도 그랬었나 싶어지네요.

 

 

 이번에는 매봉 전망대입니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떼지어 모여 있고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결국 그곳을 비껴 적당한 곳에서 경치를 즐깁니다.

우뚝 선 바위 아래 잔잔한 바닷물, 거기 뜬 조그만 고깃배.

한 폭의 풍경입니다.

 

 가끔 거리 표시가 안 맞기는 하지만 이정표는 잘 되어 있습니다.

학동까지 반 정도 왔군요.

왼편으로 엄청난 바위가 치솟아 있습니다.

지질학에 문외한이라 알 수는 없지만 바위 색깔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껴지네요.

작은 섬에 참으로 멋진 풍광들이 이렇게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겠지요.

 

 

 한참 앞서 가던 친구가 절절 매는 저를 기다려 줍니다.

친구는 정말 빠른 속도로 잘 걷는군요.

평소에도 친구가 저보다 잘 걷지만 어젯밤 제가 숙면을 취하지 못한 이유도 클 겁니다.

통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복이라는 걸 수시로 느끼게 되지요.

 

 갈림길에서 편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길이 좀 순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말입니다.

친구와 몇 마디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비렁다리가 나오는군요.

비렁길에 대해 자료를 찾으면 어김없이 사진에 등장하는 곳입니다.

여기 역시 사람들이 몰려 사진을 찍기 힘든 곳이지요.

 

 순간 친구와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럴 땐 동작이 빨라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엉뚱하게도 초면인 사람들과 친구처럼 사진에 나오기도 하지요.

사람이 워낙 많으면 때로 그런 것도 감수해야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