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의 공연을 감상했다.
키 작고 안경쓴 한국인 지휘자 임재식의 멋진 무대가 머리 속에 그려졌다.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는가.
동양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편견에 시달리기도 했을 것이고 불이익을 받기도 했겠지.
그런 속에서 일군 성과라서 더욱 고맙고 감동적이다.
1부는 스페인 음악으로 펼쳐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3 테너 중 2명이 스페인 출신이라던가.
그들의 목소리로 듣던 음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 음악이라 하더라도 듣기에 친근하고 편안하다.
합창단원 수는 21명.
합창단원 수가 많지 않아 소리가 작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문가들이라 그런지 무대를 충분히 채우고 청중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휘자와 눈을 맞추고 시종일관 자연스런 몸짓과 표정으로 노래하는 그들을 보면 그 순간을 그들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중간에 솔로로 나온 단원들과 노래가 끝나고 뜨거운 포옹을 하는 지휘자의 모습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감격스러운 모습이다.
2부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노래다.
익숙한 가곡과 대중가요.
대중가요라 하더라도 어떤 창법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느낌이 아주 다르다.
깊은 속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로 듣는 가요는 저절로 그 분위기에 푹 빠져 젖어들게 만든다.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부르는 우리 노래는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중간중간 모두들 기립 박수를 칠 만큼 열정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내가 듣던 노래가 이 노래 맞나 싶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노래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노래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숙생',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을 앵콜곡으로 준비해 음악회를 마무리한 합창단은 내한 후 강행군에 한복에서 쉰내가 날 정도란다.
그래도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서 그들 또한 행복하겠지.
기분좋게 밀레니엄 합창단의 노래를 감상하고 나선 초저녁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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