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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다시 여강길에서

by 솔뫼들 201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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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가는 복선 전철이 개통되었다고 한다.

지난 봄 여강길을 가면서 교통편 때문에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전철 개통 이후 한번 가자 하던 걸 이번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현재 여주행 전철은 판교에서 출발한다.

오전 9시 10분 판교역에서 만나 여주로 가기로 했다.

일행은 4명.

모두 일찌감치 판교역에 도착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전철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골길을 달리던 전철이 여주역에 도착했다.

예상과 달리 여주역 주변도 한산하다.

연계 교통편 등 신경쓸 일이 많겠구만.

 

 

 우리는 바로 택시를 타고 영릉으로 이동했다.

英陵은 세종대왕의 릉이고, 寧陵은 효종의 릉이다.

세종임금이야 한글 창제는 물론이고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 역사에 업적을 많이 남긴 聖君 아닌가.

효종은 북벌정책을 수립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 한 임금이었지.

모두 遷葬을 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즈넉한 영릉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적어서 도리어 한적하니 좋다.

조선시대 릉은 본래 한양에서 100리 안에 조성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후대로 가면서 그 원칙이 무너진다.

이곳 역시 천장을 한 것이지만 한양에서 먼 곳이다.

 

 

 英陵을 돌아보고 英陵과 寧陵을 연결하는 '왕의 숲길'을 걸어 寧陵으로 이동했다.

이쪽에는 사람들이 더 적다.

寧陵 재실은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

대부분의 재실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을 걸치면서 대부분 멸실되었는데 寧陵 재실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어서 재실 건축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재실까지 둘러보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여강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지도를 보고는 정확한 길을 찾기 어렵다.

걷는 길을 만들어놓은 많은 지자체들이 만들어놓기만 하고 제대로 관리를 안 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더니 여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번 1코스는 걷기는 괜찮았는데 음식점이나 교통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더니만 여기는 이정표도 안 붙어 있다.

그렇다고 못 찾아갈 우리가 아니지.

 

 일단 대로로 나가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걷다가 세종산림욕장이라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걷기 좋은 산길이다.

 

 

여주는 참으로 많은 곳에 세종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저기 세종의 이름을 따거나 한글을 형상화한 무늬로 여주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며칠 후면 한글날이어서인지 사방에 한글 관련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데 과연...

 

 산림욕장 정상 부근 정자에서 고문님께서 가져오신 맥주를 나누어 마신다.

다행히 오락가락 하던 비는 그쳤다.

비가 그치니 춥지도 덥지도 않고 걷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구만.

 

 

 산림욕장을 벗어나 조금 걷자 강변길이다.

여주를 지나는 한강의 이름이 여강이라 여강길이라 이름 붙인 길의 대부분이 이렇게 강변을 걷는 것이지.

잘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걷는다.

바람에 날리는 강가 갈대가 가을임을 말해 준다.

 

 

 길을 따라 걷다가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시장기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때가 되면 먹어야 한다는 고문님 말씀을 따라서.

길가에 보이는 음식점 중에서 한 곳을 찾아 들어가 음식을 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돌풍처럼 비바람이 몰아친다.

마치 미리 알고 비바람을 피한 것처럼 되었네.

이렇게 비바람이 계속 몰아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점심을 먹고 나자 비바람은 언제 그랬냐 싶게 그쳤고.

 

 점심을 먹었으니 다시 힘을 내어 걸어야지.

목아박물관까지 걷자 하시던 고문님이 중간에 신륵사까지만 걷자고 하시네.

유사장님은 좀더 걷고 싶은 눈치인데...

 

 

 강변을 조금 걷다가 길은 다리를 건너라고 일러 준다.

멀리 지난 번에 걸으면서 들렀던 迎月樓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 우회전하니 바로 신륵사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신륵사 입구에 도자기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여주, 이천, 광주에서 봄마다 하는 도자기 축제 때 활기를 띠는 곳이겠지.

빈 공간이 많아 좀 썰렁하기는 하지만 이왕 왔으니 돌아보기로 한다.

그릇으로 쓸 수 있는 도자기도 있고 그저 장식품으로 만든 도자기도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수시로 접하는 것이 그릇이지만 이렇게 전시된 것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항아리를 전시해 놓은 것도 그렇고.

 

 

 도자기 전시를 둘러보고 신륵사로 향한다.

신륵사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강가의 절이라던가.

신륵사는 영릉의 원찰이어서 궁궐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규모가 크고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전각도 있고, 우리나라에 드문 塼塔도 있다.

 

 

 경내를 한바탕 둘러본 후 잠깐 江月軒에서 다리를 쉰다.

발 아래 흘러가는 강물이 참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황포돛대를 단 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몸을 일으켜 신륵사를 빠져 나왔다.

오후 4시 15분, 대중교통이 드물어 다시 택시를 타고 여주역으로 향한다.

전철에 몸을 싣기만 하면 판교까지 '자알' 데려다 주겠지.

걱정했는데 비도 안 오고 쉬엄쉬엄 유적을 돌아보며 걸은 헐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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