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 欲知島에서 (2)

솔뫼들 2016. 4. 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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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 보니 망대봉(해발 205m)이다.

어제는 소매물도 망태봉에 오르고 오늘은 욕지도 망대봉에 올랐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서 노적고개를 향해 내처 걷는다.

노적고개에서는 도로를 건너야 한다.

'젯고닥'이라는 재미있는 지명을 가진 곳을 향해 걷는다.

초행인데 다행히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곳곳에 산악회에서 붙인 리본도 많아 길을 찾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섬의 봄 햇살이 따갑다.

모자깃을 펼쳐 햇볕을 막고 수시로 물을 마신다.

여름날처럼 흐르는 땀으로 모자도 젖어든다.

3월 날씨치고는 꽤나 기온이 올랐나 보다.

 

 타박타박 걷고 있는데 전깃줄에 앉은 까마귀의 모습이 장관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까마귀가 후루룩 날아오른다.

하늘을 향해 몇번 셔터를 누른다.

까마귀가 몇 마리나 모니터 안으로 들어왔을까?

 

 

 

욕지도에 처음 오는 것이다 보니 주변을 두루두루 살핀다.

멀리 근사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펜션을 지어 놓은 것 같은데 정원도, 산책 코스도 마련해 놓았는지 시선을 잡아끈다.

바다와 하얀색 건물과 빨간 등대를 본뜬 조형물에 이국적인 나무들까지 어우러져

한 폭 풍경화이다.

저런 곳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가다가 화사하게 그림을 그린 가건물을 만났다.

화장실인가 했더니 카페인데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문을 닫았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만 문을 여는 모양이네.

주변에 밭과 숲, 바다만 있는 곳에 서 있는 분홍빛 건물이 무척 이색적이다.

 

 

 이정표는 다시 바닷길로 안내한다.

출렁다리가 있단다.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바다로 가면 어쩌지?

가장자리에 줄을 띄워 놓은 길을 걸으면서 혼잣말을 한다.

 

 조금 걷자 출렁다리가 나왔다.

중심을 잡으면서 출렁다리 한가운데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순간 아찔하면서도 엄청난 바위 절벽 사이로 출렁이는 바닷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금방이라도 입을 벌리고 있는 커다란 짐승한테 잡어먹힐 것 같다고나 할까.

 

 

 출렁다리를 지나니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으로는 펠리칸바위가 떠 있고 다른 쪽에는 병풍을 두른 것처럼 절벽이 이어져 있다.

늘 눈으로 본 것만큼 사진이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마음 속에도 풍경을 담는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발길을 돌린다.

출렁다리 근처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시 도로를 따라갔나 보다.

바다 옆에 끼고 이어진 길에는 역시나 오롯이 우리뿐이다.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펠리칸 바위는 한동안 옆구리에서 우리를 따라온다.

펠리칸이라는 새는 텔레비전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데 바위 모양이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걷는다.

 

 

 가다가 이번에는 '고래강정'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출렁다리 가운데에서 본 것처럼 커다란 바위 사이로 바닷물이 밀고 들어오는 지형이다.

고래강정이란 무슨 뜻일까?

사투리 같지는 않는데 도무지 그 뜻을 짐작할 수가 없다.

 

 잠시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이 이어진다.

길 위에는 황무지를 개간한 밭이 이어지고 그 밭은 금방 무언가 파랗게 돋아날 것처럼 손질이 잘 되어 있다.

고개를 빼고 밭을 올려다보다가 숲길을 이어 걷는다.

좀 떨어진 아래쪽에 온통 흰색 건물이 보인다.

벽체는 흰색으로 칠해도 대부분 지붕은 다른 색으로 칠하는데 이 집은 정말 모두가 희어 금세 눈에 띈다.

친구 말로는 펜션인 것 같다고 한다.

 

 

 멀리 욕지도 면 소재지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산자락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이며,

산으로 이어지는 자드락길이며,

여러 가지 해산물을 기르는 양식장이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배며...

 

 다시 도로를 옆에 끼고 올라간다.

꽤나 급경사길이 이어진다.

슬슬 꾀가 난다.

그렇다고 이왕 시작한 걸 중간에서 멈출 수는 없지.

 

 

 무척이나 걷기 싫은 표정을 짓더니만 친구는 이제 뒤로 축 처졌다.

그래도 가파른 길을 허위허위 올라가니 드문드문 서 있는 소나무가 산뜻하게 느껴지는 평원이 나온다.

욕지도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자잘한 주름잎 꽃들이 바닥을 덮고 있는 길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니 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많이 걸은 것 같은데 대기봉이 1.2km라고 나온다.

친구 말이 지금 고도가 해발 90m란다.

그럼 고도를 무려 300m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사흘째 걷고 있는데다 지쳤으니 질리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