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 국립공원 6개 섬에 만들어진 바다백리길은 두 번에 걸쳐 다 걸었다.
오늘은 욕지도를 탐방하기로 했다.
욕지도도 트레킹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섬이 꽤 크다.
우리나라에서 48번째로 크다는 욕지도는 거북을 빼닮았단다.
語感상 그리 좋지는 않은데' 알고자 하는 의욕'이라는 뜻으로 어떤 노승에 의해 붙여졌다는 이름' 欲知島'
바다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섬은 섬 주위에 기암괴석과 작은 섬들이 많아 경치 또한 빼어나다.
점심으로 충무김밥을 포장해 배낭에 넣고 오전 9시 30분 욕지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배는 연화도를 거쳐 오전 11시 욕지도에 닿았다.
배가 도착하자마다 뱃시간에 맞추어 오는 버스에 얼떨결에 몸을 싣는다.
1000원씩 요금을 내고 산행 들머리인 야포에 내렸다.
우리 말고 두 명이 더 내렸는데 주변을 둘러보더니 산행을 포기하고 바닷가를 가볍게 걸을 예정인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등산화 끈을 조인다.
오늘도 내가 가장 잘 하는 걷는 일로 하루를 채울 예정이니까.
오전 11시 25분 일출봉을 향해 출발한다.
600m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오르는 길에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역시나 시원스럽다.
봄 내내 미세먼지나 황사로 대기가 뿌얘서 좋은 사진 하나 건지지 못 하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바다는 그래도 속이 후련한 풍경을 선사한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거센 바닷바람이 몰려오면 어쩔 것인가.
풍랑이 거세 배가 못 뜨면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황사 섞인 비라도 내린다면...
출발하기 전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던 생각을 하면 모든 게 감사할 일이지.
초반부터 숨을 헐떡이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섬에 있는 산은 낮은 고도인데도 유난히 힘들게 느껴진다.
마음 한 켠에서 얕잡아보고 시작을 해서 그런지...
가다가 길 옆에 핀 들꽃에 눈길이 머문다.
여기는 남도라 일찍 피어났구나.
보랏빛 제비꽃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작고 하얀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는 노루귀가 반가워 얼른 카메라를 가져다 댄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기 전인지 훼손되지 않고 곱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 풀꽃 > 전문
멸종위기종 들꽃이나 동물 서식지 주변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자연을 망가뜨린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이기심이 작용해 다른 사람보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대상에게 위해가 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결국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동식물이 많아진다고 하니 개탄할 일이다.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일출봉(해발 190m)이다.
숨을 돌리며 시계를 보니 12시가 가까워졌다.
일찍부터 서둘러서인지 출출하기도 해서 서둘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출봉 정상에서 충무김밥으로 오찬을 차린다.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라서인지 오징어 무침이 약간 맵기는 하지만 꿀맛이다.
어렸을 적 책상에 금을 그어 놓은 것처럼
친구와 반으로 똑같이 나누어 놓고 된장국 국물까지 더해 맛있게 점심을 즐긴다.
개운하게 커피까지 챙겨 마시고 몸을 일으킨다.
몸이 무거워지니 발걸음도 덩달아 무겁기는 한데 망대봉까지 가는 길은 초반처럼 오르막길은 아니다.
왼편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콧노래를 부를 만큼 편안한 길이다.
발 아래로 욕지도 둘레를 잇는 일주도로와 욕지도에 새끼처럼 매달린 섬들이 보인다.
작은 섬들은 어미 캥거루 주머니에 매달린 새끼 캥거루 같은 느낌이 든다.
차로 한 바퀴 돌면서 중간중간 펼쳐진 멋진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겠는걸.
이번에야 '뚜벅이'로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음에 온다면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
중절모처럼 생긴 섬도 있고, 호빵처럼 생긴 섬도 있고, 길다란 기린 목처럼 생긴 섬도 있고...
섬 모양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며 걷는다.
오른편으로는 숲이 우거졌다.
여기가 섬 맞나 싶을 만큼 나무를 타고 오른 덩굴식물들이 3월 중순임에도 푸르름을 뽐낸다.
밀림이 따로 없다.
걷다가 자디잔 꽃을 보고 자세를 낮춘다.
분홍빛 노루귀이다.
수도권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데 여기는 노루귀가 지천이구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데 생긴 것과 달리 노루귀는 유독성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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