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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솔뫼들 2012. 3. 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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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장편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읽었다.

제목이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에서 말굽은 폭력성을 나타낸다.

현대가 폭력성으로 얼룩져 있는 것을 작가가 표현하려고 한 듯하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개장수를 하며 개고기를 팔던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것을 싫어하던 동네 사람들에 의해 방화범으로 몰려 쫓겨나고 떠도는 신세가 된다.

전국을 떠돌며 노숙인 생활을 하다가 얻어맞기도 숱하게 하던 어느 날,

자신의 손에서 솟아난 말굽으로 사람을 죽이고는 어린 시절 살던 곳으로 찾아든다.

거기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에 관계된 곳에 일자리를 얻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연속해 사람을 죽이게 된다.

물론 자신이 살기 위한 방편이기는 했지만.

 

 

 주인공이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겉으로 폭력적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내면에는 아직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다.

그 소녀가 맹인이 되어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것이 그에게는 온기로 작용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폭력적이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도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젊은 시절 직업과 지위를 이용해 폭력을 일삼고,

사이비 종교단체를 만들어 인권을 유린하고,

어린아이를 성적 노리개로 삼고,

...

 

 

 요즘은 또 청소년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어쩌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이런 시대 또는 사회의 피해자일 수 있다.

본인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참을성이 없고 이기적인 청소년은 부모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어른들의 폭력으로도 모자라

청소년들의 폭력으로 애꿎은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한 이즈음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사회에서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진저리를 치게 된다.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근절되는 사회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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