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는 선각자였느니라.'
가슴을 쿵 울리는 말이다.
나혜석이 유언으로 자식에게 남기려고 했던 말이란다.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에 저항하느라 비참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천재 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이며 페미니스트였던 나혜석.
'그녀, 불꽃 같은 생애를 그리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 '나혜석'을 읽었다.
읽으면서도 그랬고, 읽고 난 후에도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졌을까?
그렇게 사랑스럽고 능력있고 뛰어났던 여인,
뭇 남성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여인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유럽 여행중 최린과의 스캔들이 원인이 되었지만 남성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용인되고
여성들이 그러는 것은 손가락질 당할 일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 것이 바로 나혜석이라는 여성이었다.
그 자존감 강한 여인이 그래도 자식 때문에 남편 김우영에게 매달리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모멸감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이 이혼하게 된 경위까지 낱낱이 공개하는 배짱(?) 은 세상에 대한 항거였으리라.
하지만 그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관심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지금 나혜석 같은 여성이 있다면 어떠할까?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 그때만큼 떠들썩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이라고 결혼한 여성의 외도를 눈감아줄 만큼 세상이 관대해졌을까?
나혜석의 고향 수원에는 '나혜석 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녀의 자손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다.
자식들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했을까?
근대가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나혜석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근대를 살아갔지만 시대를 뛰어넘을 만큼 뛰어나 시대와 불화한 여성 나혜석의 삶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까?
당당한 인간으로서,
구습에 항거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국 최초의 여류화가로서 그녀 나혜석을 기억한다.
책 제목처럼 불꽃처럼 살다 간 그녀의 삶에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