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 '제주'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올레' 트레킹이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제목에 '기행'이라는 말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단순한 기행문이나 안내서적이 아니라 제주도에 관한 애정과 깊이가 두루 배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나름대로 발품도 많이 팔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제주의 역사와 애환,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섬의 실체를 보고자 한다.
이제 제주도는 섬이면서도 제주도 특유의 섬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그것은 근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도에 뿌리내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이라면
홀연히 제주를 다녀가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부터도 단 며칠 훌쩍 바람 쐴 겸 산행이나 여행 겸 다녀온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 아니 알려고 하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여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것 하나 가슴 저리지 않은 것이 없는 섬 제주!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고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육지에서 동떨어져 나름대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해온 제주이기에 어쩌면 그나마 간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드세게 느껴지는 사람들, 때로는 반항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삶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힘주어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책을 써내려간 저자에게 감사를 한다.
제주를 다시 보는 눈을 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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