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유있게 섬을 한 바퀴 도는 관광 일정이다.
야쿠시마 섬은 제주도의 1/4 정도 되는 크기라고 한다.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아침을 먹고 오전 8시 로비에 모였다.
모두들 숙면을 취하고 피로를 풀었는지 산뜻한 표정이다.
푹 쉰 덕분인지 나도 어제 불편하던 다리가 좋아졌다.
다행이다.
차에 올라 새로운 가이드와 인사를 나눈다.
오늘 하루 우리와 함께 할 가이드는 머리가 베토벤 스타일이다.
인상이 소박하고 푸근해 보인다.
차에 올라 20여분 달렸나?
차가 멈추고 찾아간 것은 반얀 트리.
서울에 있는 호텔 이름으로만 기억하는 나무이다.
야쿠시마에는 반얀트리가 많다고 한다.
반얀트리 공원도 있다고 하네.

반얀트리는 인도가 원산지인 뽕나무과의 나무이다.
반얀트리를 '생명의 나무'라고도 하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가지가 땅에 닿으면 뿌리가 되고 거기에서 다시 줄기가 나와 옆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얀'은 산스크리트어로 '지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불교에서 '반야'라고 하는 말이다.
이곳 반얀트리는 300년이나 되어 지방 정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다.
나무 줄기 가운데를 여러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만들어진 반얀트리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반얀트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괴기스러운 귀신 체험을 하는 공간 입구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한 그루의 나무가 그렇게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다시 차에 올랐다.
이번에 가는 곳은 오코노폭포이다.
일본 100대 폭포 중 하나로 선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낙차가 무려 88m에 이른다고 한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걷자 물소리가 반긴다.
눈앞에 위용을 드러낸 것은 두 줄기 폭포.
가까이 가면 물보라로 샤워를 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커다란 바위를 건너뛰어 폭포 가까이로 가 본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폭포 물소리로 귀를 씻고 마음까지 씻어내리는 시간이다.
폭포 물소리를 가슴에 담고 다시 차에 오른다.
이제 서부 산림도로로 향한다.
서부산림도로는 20km 정도 이어진 도로인데 약 15km는 세계자연유산에 포함이 되었단다.
서부 산림도로에 들어서면서 차는 천천히 움직인다.
언제 어디에서 원숭이와 사슴이 뛰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숭이와 사슴이 많다는 말이다.
'야쿠시마에는 사람이 2만 명 , 원숭이가 2만 마리, 사슴이 2만 마리'라는 말이 있다지.
좀 과장이 되기는 했겠지만 그만큼 야생동물이 흔하다는 말일 것이다.
아니 인구가 줄었으니 동물이 훨씬 많을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원숭이를 보고 소리를 질렀는데 여기저기에서 계속 원숭이가 보이자 그저 카메라 셔터만 누른다.
떼를 지어 회의를 하는 것 같은 원숭이,
모여앉아 이를 잡는 것 같은 원숭이,
짝을 지어 노는 원숭이,
새끼를 등에 업은 원숭이에 배에 매단 원숭이도 보인다.
차량이 있건 말건 아랑곳없이 원숭이들은 자기들이 하던 일을 계속 하네.
늙은 원숭이가 생명보험에 들려고 생명보험회사를 찾아갔다.
담당 직원이 화를 냈다.
"아니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 무슨 생명보험입니까. 당신은 나무를
건너뛰다 죽을 수도 있고 잠을 자다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또 바나나를 먹다 체해서 죽을 수도 있고 굶어 죽을 수도 있죠.
일찍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뻔뻔스럽게 생명보험이라뇨. 생명
보험회사를 무슨 장의사로 여기시는 겁니까."
늙은 원숭이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쫓겨나듯 길거리로 나와서 바나
나를 우물우물 먹고 있었다.
최승호의 < 생명 > 전문

차는 속도를 최대한 줄여 살금살금 앞으로 나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슴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슴이 무리를 지어 노는 모습이 몹시 평화로워 보인다.
본래 원숭이와 사슴이 함께 있는 모습은 보기 어렵단다.
그런데 사슴의 먹이가 부족해지자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먹다 떨어뜨린 걸 주워 먹기 위해 언젠가부터 원숭이 주변에 사슴이 모습을 드러냈단다.
가면서 보니 한쪽에는 원숭이 무리, 다른 쪽에는 사슴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작은 섬에서 서로 어울려 살면 좋겠지.
일행들은 원숭이와 사슴이 출몰하는 지역을 지나면서 '이게 바로 사파리'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이 그렇게 많지 않다.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서 복원했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동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너구리와 고라니, 멧돼지 등의 동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위 포식자가 없어서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도로 옆에 붙어 있다.
친절하게도 일본어는 물론 영어와 중국어에 우리말로도 씌어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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