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차가 멈추는 곳은 어디일까?
가이드가 바닷가로 내려선다.
야쿠시마는 섬이지만 그제와 어제는 산에서만 헤매고 다녔지.
그런데 오늘은 바닷가에서 거닌다.
다양한 시간을 갖게 되네.
이곳 나가타 이나카하마해변은 북태평양에서 가장 큰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라고 한다.
5월에서 7월 사이에 붉은바다거북이 산란을 하는데 알을 보호하기 위해 해변 출입을 제한한단다 .
자연 다큐를 보아도 산란된 알 중에서 성체 거북이 되는 경우는 0.1% 정도란다.
새나 게, 물고기 등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더해져 이곳은 람사르 협약에도 가입이 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은 9월 하순이니 붉은바다거북의 알을 볼 수는 없다.
다만 붉은바다거북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안내문을 붙인 채 줄을 띄워 놓은 곳을 바라본다.
웰리 매니저가 손에 얇은 계란 껍질 같은 걸 손바닥에 올려 놓고는 이게 붉은바다거북 알껍질이라고 한다.
그 껍질을 남긴 거북은 무사히 성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까?
먼 바다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웰리 매니저가 문제를 냈다.
지구상에 바다 거북과 민물 거북의 비율은 어떨까?
대부분 바다 거북이 훨씬 많을 거라는 의견을 내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바다 거북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민물 거북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 바다 거북이 많을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지?
브라질의 해변에서 거북이들이 산란을 할 때
해변가의 집들은 기꺼이 어두워진다
타마르 타마르
거북이들이 사랑을 나누고
따뜻한 모래 틈에 알을 낳을 때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고요해지거나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면
그건 좋은 일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사랑했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게 되었다면
거북이가 헤엄치는 바다에서
같이 느리게 헤엄칠 수 있다면
그건 확실히 좋은 일
모래와 거북이알과 아이들은 해변에서
서로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듣고
엄마와 아빠가 가깝게
집과 학교와 바다가 가깝게
약탈자들은 보호자가 되고
해변의 고요를 감시한다는 것은 멋진 일
그건 거북이가 돌아오는
가장 빠른 길
이현승의 < 돌아와요 거북이 > 전문
바닷가에 서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낭만객이 된다.
어떤 친구는 바다를 보며 상념에 잠기고, 어떤 친구는 바다로 뛰어든다.
나는 멀리 펼쳐진 바위와 산,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언제 어디서든 바다 앞에 서면 가슴이 뻥 뚫리기는 하지.

차를 타기 위해 가는데 선거 운동을 하는 차량을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 자주 보는 풍경 중 하나이다.
아까 반얀트리를 보러 가는 중에도 선거운동을 하는 차가 있었는데 아침부터 마이크로 큰 소리를 내느냐 물으니 법적으로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단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편히 휴식할 권리도 중요하겠지.
이번에 가는 곳은 神社이다.
일본에는 신사가 곳곳에 참 많다.
어제 트레킹 중에 만난 윌슨 그루터기 안에도 신사가 있었다.
전에 일본 트레킹을 하면서 오른 산 정상에도 신사가 있었지.
일본인들은 얼마나 많은 신을 섬기고 있는 걸까?
일단 여기는 섬이니까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이 늘 파도와 싸우며 위험에 노출되기는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언가에 기대고 의지하게 되고.
우리나라에도 바닷가에 가면 유난히 풍어와 안전을 비는 곳이 많기는 하다.
시괄악신사(矢筈嶽神社)는 붉은색 기둥의 입구가 푸른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신사는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야 만난다.
신사에 관심이 없고 주변 들꽃에 관심이 더 많은 나는 맨 뒤에서 들꽃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는다.
연보랏빛 부들레야가 눈에 들어온다.

시괄악신사는 바닷가 바위 동굴에 있었다.
가이드가 대표로 신사에 참배를 하면서 신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의 나라이기는 하지만 종교시설에 들어오면 저절로 몸가짐을 조심하게 되기는 한다.
다시 길로 나선다.
야쿠시마에는 배를 타고 바다거북을 보러 가는 투어도 있단다.
우리는 그런 투어를 하지는 않지만 바다거북이 자주 나타난다는 장소를 방문해 바다거북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
희망사항이다.
우리가 살펴본 곳은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이었다.
웰리 매니저가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일본 사람들에게 물으니 그들도 다른 곳에서 바다거북을 보려다가 못 보고 이곳으로 왔단다.
여기도 바다거북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바다 속을 살펴보니 바다거북은 안 보이고 작은 물고기만 왔다갔다 한다.
잠깐 바다를 보면서 바다거북을 만난다면 엄청난 행운이겠지.
어찌 되었든 조몬스기에 야쿠스기가 즐비한 숲, 그리고 수령 300년 된 반얀트리에 원숭이와 사슴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는데다 바다거북 산란지까지 야쿠시마는 그야말로 보물섬이었구나.

바다거북을 보는 건 포기하고 바다 물빛에 반해 눈을 가늘게 뜬다.
좀 덥기는 하지만 어제 비를 맞았으니 오늘 햇살이 반갑다.
환상적인 물빛에 윤슬까지 더 이상 멋진 바다가 있을까?
호텔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여러 군데를 열심히 돌아다니기는 했지.
근처에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야쿠시마에는 농사가 잘 안 된단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농사가 어렵다고 하네.
그래서 대부분의 농산물이 외부에서 들어오니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고.
도시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도시락 역시 주먹밥이다.
호텔에서 준비한 도시락이라 그런지 내용물이 좀더 충실하다.
연어에 계란, 과일도 들어 있네.
어제 아침과 점심 도시락은 남겼는데 오늘 도시락은 기분좋게 싹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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