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와 숙소, 렌트카 예약까지 해 놓고 가고 싶은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다.
친구는 오랜만에 백록담에 올라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럼 한라산 산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니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관음사 코스나, 성판악 코스 예약을 해야 한다.
한라산에 다녀온 지 무척이나 오래 되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주로 관음사 코스를 이용했던 것 같다.
성판악으로 올라가 관음사로 내려온 적도 있었지.
계획을 세운다고 여행이 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대략 계획은 세워야겠지.
나는 한번 다녀온 우도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여행 출발 전 제주도는 연일 폭설에 공항이 마비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라산에도 적설량이 상당하다고 했지.
제주도에 갈 수는 있을까 염려를 하면서 며칠 내 날씨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제주도에 가는 날.
오전 9시 50분 비행기이지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했는지 잠을 설쳤다.
연일 세상을 얼리는 맹추위가 이어지더니 역시나 춥다.
어둑한 새벽, 섭씨 영하 14도를 알리는 스마트폰 날씨 정보를 보고 중무장을 한 후 집을 나선다.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그런데 주말에다가 새벽시간이어서인지 마을버스가 좀체로 오지 않는다.
이러다가 공항버스를 놓치는 건 아닌가 조바심이 나네.
잘못하면 김포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겨우 마을 버스에 몸을 싣고 시계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출입문 앞에 대기하고 섰다.
그리고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호등이 바뀌는지 마는지 냅다 뛴다.
휴! 아침부터 운동 제대로 하는군.
다행히 출발 1분 전 공항버스에 올랐다.
김포공항까지 1시간 걸린다는 버스는 아침 시간이어서인지 30분만에 김포공항에 나를 내려놓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음 버스를 타도 되었겠네.
구시렁거리며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린다.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오전 8시 30분쯤 도착 예정이라고 한다.
공항 안은 훈훈한데다 아침부터 설쳐서 그런지 몸이 나른하다.
잠이 들 것만 같지만 항공사 앞 의자에서 친구를 기다린다.
친구를 만나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치고 우동 한 그릇으로 아침을 먹는다.
국내선이라고는 하지만 서둘러 탑승 수속까지 한 후 마음 편히 쉬기로 했다.
공항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제주도 물가가 비싸 동남아 여행을 선호한다고 하는데도 연말 황금연휴를 맞아 제주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더니만 확실히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다들 여유가 있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젊은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만 해도 여행은 어쩌다 하는 것이었는데 젊은 세대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 보인다.
뒷자리라 일찌감치 탑승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눈이 실실 감긴다.
10분쯤 출발이 지연된다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비몽사몽 한 것 같은데 착륙을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옆자리를 보니 애완견을 데리고 탑승을 했군.
다행히 개는 한번 소리를 내곤 잠잠하다.
개를 데리고 비행기 탑승이 가능한지 이번에 알았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닌 모양이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렌트카 회사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올 때마다 느끼는데 제주도에 렌트카 회사는 어찌 그리 많은지...
렌트카 회사로 가니 3년 전에 왔을 때랑 또 다르다.
키오스크에서 예약번호 확인하고 알아서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인건비가 오르니 모든 걸 기계를 이용해 스스로 해야 하는군.
가끔 디지털 문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때로 답답하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데 자꾸 에러가 나서 식사를 못 했다는 소리도 들었고.
차를 가지고 시내로 이동한다.
공항에 쌓인 눈을 치웠다고 하는데도 비행기들이 착륙하는데 오래 걸려 10여분 넘게 대기하고 있었고,
렌트카 셔틀버스도 한참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을 곳은 도립공원 곶자왈 주변에서 찾았다.
친구에게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고르라 하고 바로 '낭쿰낭쿰'으로 향한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인지 식당 안에는 한 테이블밖에 사람이 없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니 메뉴가 '흑돼지 해물 갈비전골' 한 가지뿐이네.
2인분으로 주문하고 주인에게 음식점 이름에 대해 물으니 '낭'은 제주도 방언으로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낭쿰낭쿰'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심오한 뜻을 가진 이름이었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전골은 정말 푸짐해 보인다.
물론 해산물도 싱싱해 보이고.
깔끔한 놋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도 정갈하고, 부족한 건 셀프 코너에서 더 가져다 먹으면 되는 점도 좋아 보였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서 친절하게 갈비와 낙지 등을 잘라주시던 사장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고 하니 그럼 곶자왈을 갈 예정이냐고 묻는다.
이곳은 여행객보다는 근처 국제학교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인 모양이었다.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지.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제주도 여행을 멋지게 시작할 기운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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