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오전 9시 30분, 걷다 보니 야마노하나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방문자센터도 있고, 캠핑장도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군요.
여기에서 여유있게 쉬어가나 했더니만 최대표 말이 오전 11시까지 하토마치 고개로 차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 걷는 속도로 가능할 것 같아 이왕이면 내려가서 온천욕도 하고 맛난 점심도 먹으려고 말이지요.
쉴 틈이 없다는 말입니다.
화장실만 들렀다가 다시 배낭을 메고 일어섭니다.
야마노하나에서 하토마치 고개까지는 지도상에 3.2km, 1시간 30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현재 오전 9시 40분이나 11시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겠네요.
여기에는 거리 표시가 된 안내판이 있습니다.
대부분 안내지도에는 시간만 표시되어 있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걷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거리 표시가 더 맞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난이도 때문이라면 두 가지 다 표시해 놓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고요.
이제는 오르막길입니다.
하토마치 고개로 가는 길이지요.
습원 목도를 걸을 때 황금빛의 헬기가 떴다 내리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위험한 곳도 없는데 사고가 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장면이 반복되자 짐을 싣고 내리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제 보니 훼손된 목도를 복구하는 작업이 한참이군요.
헬기가 목재를 실어나르는 중이었습니다.
귀를 막고 헬기가 얼른 지나가주기를 바라면서 걸음을 옮깁니다.
가는 길 오른편으로 훼손된 목도를 교체하고 있네요.
자세히 보니 목도 한쪽 귀퉁이에 작업을 한 해[年]를 표시해 둡니다.
실명제까지는 아니지만 참고가 되겠지요.
올해 새로 깐 목도에는 밝은색 목판에 '2023'이라고 찍혀 있을 겁니다.
어디에서건 기록은 중요합니다.
저는 기록이 기억을 이긴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어떤 기억은 오래 가지도 않지만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평소에 자질구레한 일까지 기록을 해 놓는 편입니다.
가끔 지난 수첩을 찾아볼 일이 생기곤 합니다.
대학 들어오면서부터 기록한 수첩을 지금까지 애지중지 한곳에 보관하고 있으니 세월로 치면 그게 제 인생 2/3를 차지하겠군요.
해마다 연말에 한 해 동안 기록한 수첩을 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오르막길이라 숨이 찹니다.
습원을 걸을 때는 땀이 안 났는데 땀도 많이 납니다.
주로 계단길인데 역시 헉헉거리게 되는군요.
언제나 오르막길은 힘이 들지요.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걸어갑니다.
오른쪽에는 계곡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군요.
그나마 물소리에 위안을 받으면서 걸어갑니다.
뒤에서 걷고 있는데 앞서 가던 친구가 제게 뭐라고 하네요.
다시 물어보니 앞에서 짐꾼이 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 '행복의 속도'에 나왔던 그 봇카 말입니다.
오제에 산장이 여러 군데 있는데 하토마치 고개에서 야마노하나나 우리가 묵었던 곳까지 짐을 운반하는 모양입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걷고 있는 그 모습이 몹시 신중해 보입니다.
차마 정면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뒷모습만 찍었습니다.
잠깐 목을 축이는 것 외에는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최대표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제어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1시간도 안 되어 하토마치 고개(해발 1591m)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부지런히 걸었군요.
트레킹이 모두 끝났습니다.
김PD가 차례로 이야기를 하라고 마이크를 건네니 도리어 말이 막히는군요.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불쑥 질문을 던지면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어 봅니다.
처음으로 여섯 명이 찍는 사진입니다.
어찌 되었든 여섯 명이 모두 큰 문제 없이 트레킹을 마친 것에 감사해야지요.
좋은 분들과 잘 어울려서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날씨도 여러 모로 도와주었고요.
사실 오제누마 호수와 오제가하라 습원 트레킹만 했더라면 좀 섭섭할 뻔 했습니다.
식물군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도 평지만 걷는 것은 좀 심심하지요.
히우치다케 산행을 하면서 힘이 많이 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기는 했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겠지요.
훌륭한 일정을 소화하도록 이끌어준 최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우리는 군마현 오오시미즈에서 출발해 후쿠시마현으로 갔다가 다시 군마현 하토마치 고개로 왔습니다.
원전 오염수 문제가 있는 후쿠시마를 거쳐온 것이지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여러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휴게소에서 갈증을 달랠 겸 맥주와 음료수 등을 마시고 숨을 돌립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매장을 돌아보니 기념 티셔츠가 있군요.
고도가 낮아서인지 산장보다 품질이 좋아 보이는데 가격은 더 착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본 브랜드 상표에 기능도 여러 가지가 있어 기분좋게 반팔 티셔츠를 하나 사기로 합니다.
친구는 안 사겠다고 하여 제 것만 샀습니다.
어디 여행을 가든 기념될 만한 것을 하나씩 사려고 하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사실 이 나이가 되면 필요한 물건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편히 쉬고 있다가 시계를 본 최대표가 갸우뚱 하더니 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모두 부리나케 배낭을 메고 내려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차는 벌써 와 있었다고 하네요.
차에 올라 온천으로 이동합니다.
꽤 큰 온천이군요.
커다란 건물에 온천, 쇼핑센터, 음식점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한 군데에서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겠네요.
시설 좋은 온천에 들어가니 두어 시간 푹 몸을 담그고 싶습니다.
정원 보면서 할 수 있는 노천온천도 좋아 보이고요.
그런데 시간상 30분만에 나와야 합니다.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점심도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기로 합니다.
각자 취향껏 주문을 합니다.
돈가스가 대세이군요.
금세 튀긴 돈가스는 바삭바삭하니 입맛에 잘 맞습니다.
고기도 아주 연해서 여러 번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이군요.
기분좋게 잘 먹었습니다.
바로 차에 올라 나리타 공항으로 달립니다.
아침부터 걷고, 온천욕을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찾아오는 건 당연히 잠이겠지요.
공사중인 곳이 많아 도로가 막히자 비행기 출발 시간 떄문에 마음이 급해진 여성 운전기사는 수시로 차선을 왔다갔다 하면서 운전을 합니다.
그런데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잘들 주무시네요.
저도 졸다 깨다 합니다.
이렇게 오제 트레킹이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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