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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솔뫼들 2024. 1. 1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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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일하거나, 일하느라 쓴 기력을 회복하거나, 일하기 위해 지출하거나, 일할 곳을 찾고 준비하고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활동에 소모하는 우리는 그 중 얼마만큼을 진정 자신을 위해 쓰고 있는지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일하지 않을 권리 > 중에서

 

 일에 지치고, 아니면 일을 찾다가 지친 사람들, 그것도 아니면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온갖 일에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에 모여 책을 읽는다.

'일하지 않을 권리'.

어쩌면 우리는 서양 자본주의의 폐해에 길들여져서 일을 하지 않으면 삶에 의미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지도 모른다.

늘 일에 치이고 시달리면서도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고.

 

 여기 휴남동 서점.

이 서점에  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서점 대표 영주는 일에 시달리다 자신을 잃어버린 이혼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파는 서점을 열고 일단 시도를 해 보기로 한다.

 

휴남동 서점에 바리스타로 들어온 민준.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잠깐 쉰다고 생각하다가 찾은 아르바이트가 휴남동 서점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를 내리는 일도 연구가 필요하고 정성에 따라 달라지는 걸 깨달으며 아예 정직원 바리스타가 된다.

 

 지미, 민철, 승우 등등.

모두 조금씩 허술한 구석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휴남동 서점 한쪽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이유이다.

 

나도 한때는 서점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또는 다른 일로 바빠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아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친구들에게 열심히 권해야겠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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