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한참 전에 개봉한 스위스 영화를 뒤늦게 찾아 보았다.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말년에 사람이 어떻게 배우자의 부재를 받아들이는지도 예술의 관심사 중 하나이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용을 배우며 활기차게 살아가던 부인이 갑자기 세상을 뜨자 망연자실하던 제르맹.
자식들의 지나친 관심이 간섭으로 여겨져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내를 기억할까 고민하던 중 아내가 열심히 활동하던 무용단에 들어간다.
무용의 '무'자도 모르던 제르맹이 아내의 부재를 몸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안무가는 실제 전문가라고 한다.
춤을 통해 아내를 추억하는 것이 제르맹이 이제 세상에 없는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또한 제르맹은 아내에게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편지로 보고한다.
읽는 아내는 없지만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 행복하지 않을까.
이것은 감독이 실제로 본 사실을 바탕으로 한단다.
코로나로 못 만나게 된 감독의 조부모가 편지를 통해 소통을 했단다.
디지털시대에 손글씨로 쓴 편지라...
마음에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친구의 말에 열심히 반박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해도 사람에게 있는 그런 정서는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고.
더구나 나이든 세대는 더 하겠지.
영화에는 중간중간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는 노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감성적인 영화라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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