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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서산 여행 (3) - 삼길포항 여기저기

by 솔뫼들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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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삼길포항으로 내려왔다.

아까 배가 고픈 바람에 부리나케 회를 떠서 점심을 먹느라 항구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 했으니 바닷가를 설렁설렁 걸으며 구경을 하기로 했다.

햇살이 퍼져서 그런지 아까보다 오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무리지어 관광버스에서 내린다.

회 먹고, 유람선 타고...

 

 삼길포에서 우럭 양식이 많이 되고 있나?

삼길포항에서 8월에 우럭 축제가 열린단다.

그래서인지 우럭을 알리는 조각작품이나 안내문이 많이 보인다.

 

 

 삼길포 수산물 직매장 입구에서 오동통한 우럭 조각상이 우리를 맞아준다.

"이 녀석 회로 먹으면 참 맛있겠다."

하니 친구는 점심 잘 먹고 또 먹는 타령을 한다고 지청구를 준다.

물론 또 먹으라고 해도 사양하겠지만 그만큼 우럭이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삼길포 수산물 직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펄떡펄떡 뛰는 생선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船上의 회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사다 먹기 좋도록 포장한 회도 보인다.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기에 물어 보니 바로 숭어라고 한다.

여기 이렇게 숭어가 많은데 선상 횟집에서는 안 들어왔다고 했네.

숭어가 지금 제철이라기에 숭어회를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아쉽다.

 

 

 커다란 석화도 보인다.

서산 특산물이 굴이었지.

간월도에 가면 굴밥과 어리굴젓을 파는 집이 줄지어 있었다.

어리굴젓은 적당히 짭조롬하니 얼마나 맛나던지...

손톱만한 자연산 굴로 만든 음식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방어도 제철을 맞아 늠름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 방어회를 먹었을 때는 기름진 느낌 때문에 그리 젓가락이 가지 않았는데 자꾸 먹다 보니 어느 새 이맘때쯤 되면 방어회 생각이 난다.

방어는 특히 크기가 큰 대방어회가 맛나다고 했지.

작년에 동네 농수산시장에서 주문을 해 놓고 1시간이나 기다렸던 생각이 나네.

12월에는 날 잡아 대방어회를 찾아 먹어야겠군.

 

 수산물 직매장 바로 앞에 유람선 승선장이 보인다.

아까 관광버스에서 내리던 단체손님들인지 우루루 유람선을 향해 간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면 어떤 걸 볼 수 있을까?

 

 

 수산물 직매장에서 나와 길을 따라 걸으니 다양한 모양의 작품들이 맞아준다.

바닷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물고기 모양이 많은데 커다랗게 손바닥을 편 조각작품도 보인다.

손바닥 한가운데 구멍을 뚫어 놓았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자기 손을 넣고 사진을 찍어 올리곤 했다.

장난기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다양한 작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걷다가 주차장으로 향한다.

삼길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지 곳곳에 카페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삼길포에 특별히 볼거리는 없지만 가볍게 당일치기 여행으로 와서 회를 먹고,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시고, 가까운 왜목마을에서 일몰까지 보는 코스로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제 다음 코스는 해미읍성이다.

내비로 확인하니 거리가 50km가 좀 넘는다.

서산이 좀 긴 편인데 삼길포는 서산의 북쪽 끝이고 해미는 남쪽에 위치하니 그렇구나.

오후에는 졸음 때문에 운전하는데 힘겨워하는 친구이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이제 운전대를 친구에게 넘긴다.

 

 가는 길에 보이는 시골 풍경에 눈을 준다.

멋잇감이 풍부한지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고 있다.

갑자기 텅빈 논을 배경으로 날고 있는 철새들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 여행 이야기를 해 드려야지 싶다가 아,어머니가 돌아가셨지 문득 깨닫는다.

순간 눈물이 핑 돈다.

호기심 많은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못 가본 곳 얘기를 듣고 싶어 하셨는데...

간접 경험이라도 좋아하셨던 어머니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픈 생각을 하다 보니 어머니가 더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