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보니 서해랑길이 해미읍성을 거쳐가게 되어 있다.
바다를 따라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미있는 곳을 지나게 하느라 내륙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나 싶어진다.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 750km, 남해안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 1470km, 서해안을 따라 걷는 서해랑길 1800km, 북한과 접경을 따라 걷는 평화의 길 530km 이렇게 되어 있다.
나는 해파랑길은 다 걸었고, 남파랑길과 서해랑길, 평화의 길은 원하는 길만 띄엄띄엄 걸은 셈이다.
아무래도 걷는 걸 즐기다보니 지금처럼 여기저기 여행을 하며 코리아 둘레길 일부분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제 관절을 아끼기 위해 조심하다 보니 무리한 걷기 여행도 추진하지 않게 된다.
관절이 망가져 삶의 질이 떨어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사실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나 많이 걸었을텐데 지금껏 버텨주는 다리가 고마울 뿐이지.
주차장 옆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친구가 보더니만 호떡집 앞이란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젊은 친구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다.
씨앗 호떡이라고 했나?
얼핏 인터넷에서 유명한 호떡집 이야기를 보기는 했는데 그리 배가 고프지도 않고, 저 줄 끝에 서 있기에는 너무 늦어질 것 같아 미련 없이 차를 돌린다.
서산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 일단 짐을 풀고 잠시 쉬기로 한다.
사진으로 보고 예약한 방이 운동장처럼 넓다.
후후! 장난 삼아 친구와 씨름 한번 해 볼까나.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친구에게 점심 잘 먹었으니 가벼운 걸로 먹자고 했다.
그랬더니 게국지 하는 집이 있단다.
게국지는 안면도 갔을 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김치에 꽃게를 넣고 전골처럼 끓였던 것 같은데...
안면도에는 온통 게국지 하는 음식점 천지다.
스마트폰을 따라 쭐레쭐레 가니 어느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런 곳에 유명한 음식점이 있구나.
'진국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데 간판을 보니 老鋪인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온기를 뿜는 난로가 우리를 맞아준다.
방송에 여러 번 나왔다는 홍보문도 보이고,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사인지도 벽에 많이 붙어 있군.
정말 오래 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집인가 보다.
메뉴판을 보니 게국지 전문점이란다.
간판격인 게국지 백반에 어리굴젓을 주문했다.
둥그런 쟁반에 하나 가득 음식이 놓여 있다.
8,000원짜리 백반에 무슨 반찬이 이렇게 많대?
토속적인 반찬이 양은 쟁반을 따라 둥그렇게 놓여 있다.
쟁반을 보고 어떤 음식이 게국지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게 보였는지 주인장이 몸소 설명을 해 준다.
내가 안면도에서 먹은 음식은 진짜 게국지가 아니란다.
본래 김치나 오이지처럼 오래 보관하는 음식에 접미사 '~지'를 붙이지 않느냐고 하면서 김치에 먹고 남은 게장을 넣고 끓인 찌개가 게국지라고 일러준다.
서민적인 음식이었던 것이겠지.
맛이 궁금해 얼른 한 숟가락 입에 떠 넣는다.
약간 골콤한 맛이 난다.
자꾸 먹다 보면 중독되는 맛일 수 있겠다.
나온 반찬 모두 맛깔스러워 밥을 또 한 공기 뚝딱 비웠다.
집만 나오면 이렇다니까.
여행을 끝내고 집에 가면 늘 체중은 1kg쯤 늘어 있었지.
기분좋게 저녁을 먹고 호텔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내일 아침거리를 사서 숙소로 들어간다.
들어가면서 보니 토스트와 커피 등 간단히 조식을 제공하는 것 같다.
미리 알았으면 준비할 일도 없었을텐데 아쉽다.
오늘 두 군데만 돌았는데도 꽤 바빴다.
이제 정말 쉬어야 할 시간이다.
서산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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