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덕에서 - 청송 주산지

솔뫼들 2022. 2. 2.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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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이번에는 친구가 청송 주산지 물안개를 보러 가자 했습니다.
전부터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지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서둘러 주산지 가는 길은 꼬불꼬불, 거기에 살짝 얼음이 얼어 운전하는 친구가 식겁했습니다.
경사도 급한데다 구부러진 길인데 얼기까지 했으니 바짝 긴장이 되었겠지요.

 

 주차를 하고 주산지를 향해 걷는데 산에 비친 햇살이 멋스럽습니다.

정말 노란 빛이 나는군요.

조금 싸늘한 공기 속에서 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호숫가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많군요.

호수 뒤편 산에 구름이 살짝 걸려 있습니다.

저 구름이 내려오면 멋진 안개가 될까요?

호숫가를 걸으며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호수에 살짝 언 얼음이 만들어내는 무늬가 예쁘군요.

경종 때 심어졌다는 왕버들이 호수에 비친 모습은 언제 보아도 매혹적입니다.

한 아름도 넘을 것 같은 왕버들 줄기가 연륜을 보여줍니다.

대단하지요.

간혹 수명을 다한 것도 있지만 아직도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힘이라니요.

정말 경이롭지 않은가요?

 

 

 호숫가를 따라 걷고 났는데도 구름은 옆으로 흐를 뿐 안개를 보여줄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이런저런 모습으로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왕버들에 눈길을 줍니다.

몇 번 와 보았지만 볼 때마다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산지는 그런 멋진 풍광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지요.

 

 새벽부터 설치고 주산지에 갔는데 물안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시월 말에는 단풍에 물안개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장관이었다는데 말입니다.

아쉽지만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립니다.

 


 발길을 돌리는데 아침부터 노점에서 사과를 파시는 분 말씀하시기를 봄과 가을에 안개가 멋지다더군요.
겨울은 물안개와 거리가 멀었나 봅니다.
근처에서 따끈한 잔치국수와 순두부찌개로 속을 데우고 주왕산 절골탐방로를 찾았습니다.

서너 시간 간단한 산행을 하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산불방지기간이라 입산 불가라고 하네요.
친구가 엊저녁 인터넷으로 확인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든 걸 포기하고 마음 편히 놀기로 했습니다.

지나는 길에 보이는 사과 노점상을 기웃거립니다.

영주 사과도 유명하지만 청송 얼음골 사과도 맛이 좋지요.

전에 주왕산 다녀갈 때 우연히 산 사과의 맛이 빼어나 명함이라도 받아 놓을 걸 그랬다고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뭐, 소용없는 일이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시식을 해 보니 생각보다 맛이 떨어졌습니다.

올해 늦장마 때문에 맛이 덜 하다던데 그런지도 모르지요.

사과나무도 3~4년생에서 나온 사과가 맛이 좋다지요.

그래서 몇 년에 한번씩 사과나무를 뽑고 어린 나무를 다시 심곤 한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요.

아무튼 선뜻 손이 안 가 사과 몇 조각 먹어보고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핑계김에 바다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여유를 부리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계획이 어긋나 엉뚱한 일을 하는 재미도 괜찮거든요.

 7번 국도변 영덕과 포항 경계쯤에 그리스 산토리니 분위기의 카페가 있더군요.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가 깔끔하고 산뜻했습니다.
지하에서부터 2층까지, 그리고 옥상 포함해 널찍한 공간 어디서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런 곳이었지요.

친구 말에 따르면 포항과 영덕에 소문이 가득한 카페랍니다.

전망도 좋고, 분위기도 멋진데다 빵도 맛있고, 커피 맛도 훌륭하다고 말이지요.

 

 

 친구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6000원이라고 비싸다고 투덜거리던데 전망 즐기는 가격치고는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네요.

저도 평소 그런 곳에서 비싼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백운호숫가 카페 커피값이 워낙 비싸니 놀랄 가격은 아니지요.

게다가 정말 풍경은 좋거든요.

수시로 소독을 하는 둥 관리도 잘 되고 있더라고요.

 

 듣기에는 젊은 친구 네 명이 모여서 이 카페를 차렸다고 합니다.

돈이 많이 들었겠는데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일찍부터 이렇게 사업에 뛰어들지요.

7번 국도변에 이런 정도의 카페를 하려면 어느 쪽이든 엄청난 힘이 있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기가 막히기는 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요.

 

 1층에는 사람들이 많고, 소리가 울려 시끄러우니 친구가 지하층으로 내려가자고 합니다.

아하! 여기가 더 좋군요.

바로 바다가 코 앞입니다.

맛나 보이는 빵과 향이 살아 있는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한 시간입니다.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경치에 도움이 되려니 이제는 쓸모를 다한 초소마저도 잘 어울리는군요.

몇 년 전 겨울에 해파랑길을 걸을 때는 없던 풍경들입니다.

그런 풍경들 사이를 느릿느릿 걸어봅니다.

목표 없이 걷는 시간도 때로는 소중하지요.

늘 무언가를 향해 빠르게 걷다가 문득 뒤돌아 보았을 때 느껴지던 허망함 같은 것은 적어도 없겠지요.

이제 제 삶을 천천히 운전할 시간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는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에도 파라솔과 탁자가 있으니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군요.

12월이라고는 해도 영상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이니 말입니다.

한쪽에 소나무가 서 있고, 그 옆으로 정자가 보이고, 정자 앞에 파도가 와서 부딪치는 풍경이 저를 기다립니다.

물론 온갖 자세로 사진을 찍으며 희희낙락 하는 젊은 친구들도 풍경에서 한 몫을 하지요.

커피나 빵, 대화보다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벌써 2시간 가까이 카페에서 경치를 즐겼군요.

이제 차에 올라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는 물가자미 잘 하는 집으로 향합니다.

축산면에 있다더군요.

가는 길에 보이는 강구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드라마에 등장했던 강구가 영덕을 대표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에서 탈피해 바다에 접한 곳에 꽤 큰 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유있게 공원을 걸어도 좋겠다 싶은데 혹시나 음식점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면 어쩌나 싶어 그냥 차를 달렸습니다.

역시나 오후 3시부터 쉬는 시간이 있더군요.

 

 

 휴식 시간 전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습니다.

다른 가자미는 다 양식이 되는데 까만 물가자미는 양식이 안 된다고 하지요.

자연산이라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가자미회무침, 가자미구이, 가자미조림 등등 맛깔난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자꾸 손이 가네요.

결국 몇 가지 밑반찬을 더 시키고 주요 음식이 담긴 접시를 싹싹 비웠지요.

오늘 저녁 식사도 생략입니다. 후후!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친구 집에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울진 백암산, 오늘은 청송 주산지에서 포항으로 오가느라 친구가 고생이 많거든요.

바쁘게 서두를 일 없는데 쉬엄쉬엄 지내야지요.

또 새벽녘부터 설쳤더니 저도 좀 피곤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또 하루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