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주 여행을 마무리하며

솔뫼들 2021. 11. 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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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점심은 청국장을 먹기로 했습니다.

영주 농산물 중 콩도 유명하니 청국장도 구수하고 맛있겠지요.

유명하다는 청국장집을 찾아 풍기로 이동합니다.

바로 풍기역 앞에 '한결청국장'이라는 음식점이 있군요.

 

 

 겨우 주차를 하고 나서 주변을 살펴 보니 코 앞에 풍기인삼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휴를 맞아 시장에 나온 차들이 이리저리 엉키고 아수라장이 되었군요.

안쪽에 주차를 하고 음식점을 찾아갑니다.

음식점 앞이 복잡해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음식점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계신 어르신들이 다 청국장집 대기 손님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인지 대기중인 어르신들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시더군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음식점 앞에서 우리도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립니다.

그렇게 유명한 음식점인 줄 몰랐습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제육볶음과 청국장으로 이루어진 메뉴를 시켰다는데 다 먹기도 쉽지 않군요.

한결청국장 정식만 시켜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먹는 것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자꾸 수저가 가네요.

이게 사람을 끄는 비법인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고 풍기인삼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인삼이 이렇게 싸도 되나 싶군요.

이걸 재배하기 위해 농민들이 흘린 땀방울이 얼마일까 생각하면 너무 저렴합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한 채에 2만여원 하는게 많습니다.

배낭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 사 가지는 못 하면서 마음만 굴뚝 같습니다.

'인삼과 대추를 넣고 푹 달여 겨우내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텐데...'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풍기인삼은 오래 전부터 많이 알려졌습니다.

풍기는 강화도, 금산과 더불어 3대 인삼 산지로 유명합니다.

풍기가 영주에 흡수되기 전에 영주보다 풍기가 더 큰 지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풍기 사람들은 영주 인삼이라고 하면 좀 불쾌해 한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시장에는 인삼이 정말 많습니다.

애써 키운 걸 팔데가 없어 갈아엎는다는 소리에 가슴이 아픕니다.

요즘 사람들은 귀찮게 수삼을 달여 먹는 일이 거의 없지요.

결국 인삼이 대부분 홍삼을 만드는데 쓰이는데 코로나 19로 여행 시장마저 닫혀 인삼 농부들이 울상인 모양입니다.

선물용 홍삼으로 나가던 제품이 쌓여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인삼을 사지는 않더라도 맨손으로 가면 섭섭하지요.

친구가 먹는다고 인삼젤리 한 봉지를 샀습니다.

봉지를 뜯어 젤리를 하나씩 입에 물고 시장을 나섭니다. 

 

 풍기는 20대에 소백산 등산을 위해 처음 왔더랬습니다.

서울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고 말이지요.

넓게 펼쳐진 평전에 철쭉이 한창이라고 때를 맞춰 왔는데 철쭉은 개화가 덜 되었고 몰려오는 안개가 체감온도를 낮춰 추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소백산에 왔지요.

엄청나게 쌓인 눈, 그리고 심한 바람, 손이 얼어붙을 것 같아 사진을 찍기도 어려웠던 기억 등등.

소백산이 불러오는 기억이 그렇습니다.

 

 

  열차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점심을 먹었으니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지요.

'카페 소백산'으로 향합니다.

이곳도 소백산 자락을 오가다 여러 번 본 곳입니다.

개천가 동네에 카페 하나만 덩그마니 있는데도 이름이 알려졌는지 사람들이 많군요.

아! 알고 보니 불명예스럽게(?) 알려진 '동양대학교'가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도 보이지만 학생들도 꽤 보이네요.

 

 운치있는 카페에서 구름이 올라가는 소백산 풍광을 바라보며 이번 여행을 돌아봅니다.

여유있게, 그러면서도 알차게 보낸 시간이었군요.

날씨가 좋아 돌아다니는데 지장이 없었고요.

새삼스럽지만 우리나라도 한 군데씩 발품을 팔면 보고 듣고 체험할 곳이 참 많다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요.

어찌 보면 코로나 19 덕분에 국내 여행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