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1)

솔뫼들 2021. 11. 2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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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영주에서 셋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여니 살짝 비가 내리네요.

어제 저녁 자전거를 손보느라 바빴던 젊은이들은 벌써 나갔는지 주차장이 헐렁합니다.

전국체전 사이클 부문이 영주에서 열리는지 여기저기 오갈 때 도로 통제 상황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어젯밤에는 선수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주차장에 주차한 커다란 차량에서 자전거를 옮기고 조립하는 모습을 보았지요.

영주에 숙소가 부족해 분산 투숙한 모양입니다.

 

 이틀 잘 묵은 숙소와 작별을 합니다.

정말 가성비가 좋고 깔끔해 마음에 드는 숙소입니다.

물론 주차장도 넓은 편이고요.

게다가 주변에 이용하기 좋은 편의점이나 빵집이 가까이 있는 것도 장점이겠지요.

누가 영주에 간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은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전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영주 오기 전에 예습 삼아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곳이지요.

산자락에 안기기만 해도 좋은데 이름에 '치유'라는 단어가 붙었으니 여기 가면 말 그대로 마음이 편해지고 저절로 평정의 상태가 되지 않을까요?

 

 

 국립산림치유원은 구불구불 한참 차도를 따라 올라가야 합니다.

해발고도가 꽤 놓은 곳에 위치해 있네요.

길가에 연신 사과 과수원이 보입니다.

가을비가 촐촐 내리는 날입니다.

영주의 가을은 온통 사과 빛깔로 물들었네요.

 

 주차를 한 후 산책하기 좋은 정보를 얻을 겸 안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걷는 길을 제대로 안내하는, 보기 좋은 안내 리플렛이 없군요.

길게 걸으려면 차를 가지고 내려가서 차도를 따라가라고 일러줍니다.

문필 데크로드라고 하던가요?

 

 

 국립산림치유원은 주치마을과 문필마을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단기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치마을은 영주에, 장기 체류자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숙박시설인 문필마을은 예천에 있군요.

이곳을 이용하면 물을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이나 명상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네요.

 

 가끔씩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는 합니다.

이슬비도 살살 내리는데다 우리는 오늘 일정을 귀경해야 하니 간단히 트레킹을 하기로 합니다.

여기저기로 이어진 데크가 보입니다.

눈에 띄는 길로 발길을 옮깁니다.

 

 입구에서는 휴일이라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준비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는군요.

자세히 보니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네요.

정신의학과 전문의 이시형박사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도 있고, 숲속 버스킹도 있습니다.

어젯밤에 왔으면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적당히 소백산 풍광을 즐기며 발길 가는 대로 걷기로 했습니다.

안개비로 변해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구름이 근사한 풍경을 더해주는 날입니다.

곳곳이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군요.

문을 연 지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하더니만 푸른 산을 배경으로 붉은색 지붕의 낮은 숙박시설이 인상적입니다.

 

 친구는 여기에서 한번 묵고 싶다고 하네요.

여기에서 묵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면 저절로 마음의 때가 벗겨질 것 같다고나 할까요?

식사까지 제공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 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다 워낙 자연을 좋아하니 오롯이 산림치유원에서만 며칠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천천히 걸으며 사방을 조망합니다.

산딸나무 열매가 빨간 구슬처럼 예쁩니다.

산딸나무는 나무 열매가 딸기와 비슷하다고 하여 '산의 딸기나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지요.

초여름에 우윳빛 꽃도 산뜻해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데 이곳 산딸나무는 유독 건강해 보이고 열매도 싱싱합니다.

주변 여건이 좋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전망대에 올라왔습니다.

주치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소백산자락에 안긴 주치마을이 안온해 보이네요.

안개가 산자락을 감고 돌아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몸을 비비 틀며 멋들어지게 자란 소나무 한 그루!

그야말로 畵龍點睛입니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박노해의 <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 전문

 

 

 

 생태매트가 깔린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혹시나 걸어서 문필 데크로드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아니군요.

하는 수 없이 주차된 공간으로 꺼이꺼이 올라갑니다.

 

 차로 움직여도 문필마을은 한참입니다.

예천 방향으로 터널을 지나 재를 넘어가야 하는군요.

이렇게 먼 거리 떨어져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물론 작정을 하고 산을 탄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오늘 우리 일정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