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세나 운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이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을 일컫는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한 가문에서 그 말이 나왔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라고 해야겠지.
이번에 그 집안에 관한 책을 손에 들었다.
지금은 가문의 명맥이 끊겼다고 하는데 무려 343년간 이탈리아에 영향력을 발휘한 집안이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온다.
이 집안에 의해 르네상스의 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겠지.
꽤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전에는 이렇게 13대에 이르는 메디치 가문을 다룬 총체적인 책은 없었다고 한다.
주로 장자 계열만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은 장자와 차자 계열까지 13대 343년에 이르는 구간을 세밀하게 추적하면서 그 시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메디치 가문이 처음에 어떻게 해서 은행업에 진출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은행업으로 돈을 벌게 되자 조반니부터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힘을 길러 정치에 입문하고 나중에는 집안에서 교황까지 배출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오점도 남기지만 전체적으로 도시와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가 있었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가문을 지탱하고 존경받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익히 이름이 알려진 도나텔로, 프라 안젤리코, 보티첼리, 기베르티, 미켈란젤로 등 유명한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지원을 받았고 후대로 가면서 영역이 확대되어 과학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진 갈릴레오 갈릴레이.
망원경을 발명하는 등 업적이 많은 인물이다.
오페라도 이 시기에 피렌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가문이 이탈리아 역사에 있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비주류였던 메디치 가문이 부를 축적하면서 나눔을 실천하자 주류로 부상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사회의 열려 있는 자세가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경직된 계층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메디치 가문이 있음으로 해서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토스카나라는 도시가 제대로 빛이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건물과 조각, 그림이 남아 현재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는가.
아직 가 보지 못한 피렌체라는 도시가 문득 궁금해진다.
책을 들고 언젠가 한번 가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