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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솔뫼들 2021. 4. 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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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의아하다.

'시선으로부터,'

책 제목에 쉼표가 마지막에 찍힌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어떤 내용일까 몹시 궁금했다.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바라본다는 것인가?

 

 게다가 겉표지에는 原石이 빛나고 있다.

어쩌면 이미 고인이 된 지 10년이나 되었지만 심시선 여사가 바로 얼마든지 보석이 될 가능성이 짙은 원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우리 모두 자신 안에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될 원석을 품고 사는지도 모르지.

 

 책을 몇 장 읽자마자 전율이 느껴진다.

기분좋은 전율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얼른 읽고 싶은 마음과 조금씩 아껴서 읽고 싶은 마음이 공존해 티격태격 한다.

 

 제목이 사람 이름으로부터 왔구나.

물론 자식과 손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심시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나타낼 수도 있고.

중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내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이다.

심시선이라는 한 여인에게서 뻗어나온 가지들이 심시선 10주기에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하와이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 책에 그려져 있다.

물론 그 장소를 하외아로 정한 건 심시선 여사가 고통스런 한국을 피해 처음 자리잡은 곳이 하와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마다 심시선 여사가 쓴 책의 일부분들이 실려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신산하달 수 있는 그녀의 삶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굴할 그녀가 아니지.

대단한 긍정의 힘과 의지가 그녀을 일으켜 세우고 굴곡 많은 역사를 배경으로 빛나게 살아남게 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때로는 피식 웃기도 하고 때로는 울컥 하기도 한다.

이런 책을 쓰는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내 어머니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물론 능력 밖의 문제여서 마음만 굴뚝 같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같은 여인들에게 말이다.

여성에 대한 찬사를 이렇게 쓰는 작가가 있다고도 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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