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2

솔뫼들 2021. 4. 14. 08:12
728x90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알려진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랑 이야기가 살짝 궁금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의 첫 작품이라던가.

 

 사실 80년대 후반에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여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어 보았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재미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번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일까?

 

 게다가 '콜레라 시대'라는 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도 감염병이 한창 유행하는 시기이니 무언가 유사한 것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작년에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면서는 정말 그 당시 우리 상황과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었지.

어느 나라든 그런 상황이면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그런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사랑도 다른가?

 

 작가는 콜롬비아 출신이다.

남미 작가들의 책을 간혹 읽기는 했지만 주로 칠레나 페루, 아르헨티나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콜롬비아 출신의 책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처음인 것이다.

어떤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군.

 

 19C 말에서 20C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유럽을 동경하는 엘리트 의사 우르비노와 그의 아내 페르미나 다사, 그리고 페르미나 다사를 10대부터 사랑한 플로렌티노 아리사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페르미나 다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어린 나이에 연애를 하다가 아버지의 강요로 우르비노 박사와 결혼을 하게 된다.

페르민나 다사는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되고 그런 안정감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플로렌티노가 결혼을 하지 않고 오로지 페르미나 다사만 생각하다가 페르미나 다사의 남편 우르비노 박사가 감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자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다시금 고백한다.

흰머리 성성한 70대에 하는 낭만적 사랑이라니...

 

 그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하는 선상 여행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콜레라가 창궐하는 시대이니 배에 콜레라 환자가 탔다고 하면 다른 승객을 태울 수 없단다.

책임 소재는 차치하고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멋진 여행을 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들이 처음 입맞춤을 할 때 서로에게서 나는 냄새가 상큼하지 않은 발효된 냄새라 생각한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너무나 적절한 표현 아닌가.

그래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

 

 물론 그 당시 사회상이나 계급의 문제,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이 여자, 저 여자를 전전하는 모습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자신이 보호자 노릇을 해야 하는 일가붙이 어린애에게 한 몹쓸 짓은 지금으로 치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고 법적으로도 重刑에 처해져야 할 범죄이다.

결국 그 소녀는 플로렌티노가 자신을 버린 것이라고 느낀 나머지 학업을 전폐하고 목숨을 끊지 않는가.

문제가 많은 일이지만 초점은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페르미나 다사에게 맞춰져 있으니...

 

 어찌 되었든 콜롬비아가 스페인에서 독립하고 나서 유럽인들과 원주민,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여러 가지 인종적,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재미있게 씌어진 콜롬비아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었다.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0) 2021.05.07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0) 2021.04.21
시선으로부터,  (0) 2021.04.07
메디치 가문 이야기  (0) 2021.03.31
바바리안 데이즈  (0)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