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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봄 비

by 솔뫼들 201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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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비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에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 앞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다오
     살 속에 박힌 추억이 젖어 떨고 있다
     어떤 개인 날 등 보이며 떠나는 과거의 옷자락이
     보일 때까지 봄비여,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 지워다오



     3


     나를 살다간 이여, 그러면 안녕,
     그대 위해 쓴 눈물 대신 어린 묘목 심는다
     이 나무가 곧게 자라서
     세상 속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가지마다 그리움의
     이파리 파랗게 반짝이고
     한 가지에서 또 한 가지에로
     새들이 넘나들며 울고
     벌레들 불러들여 집과 밥을 베풀고
     꾸중 들어 저녁밥 거른 아이의 쉼터가 되고
     내 생의 사잇길 봄비에 지는 꽃잎으로
     붐비는, 이 하염없는 추회
     둥근 열매로 익어간다면
     나를 떠나간 이여, 그러면 그대는 이미
     내 안에 돌아와 웃고 있는 것이다
     늦도록 늦봄 싸돌아다닌 뒤
     내 뜰로 돌아와 내 오랜 기다림의 묘목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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