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에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 앞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다오
살 속에 박힌 추억이 젖어 떨고
있다
어떤 개인 날 등 보이며 떠나는 과거의 옷자락이
보일 때까지
봄비여,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
지워다오
3
나를 살다간 이여,
그러면 안녕,
그대 위해 쓴 눈물 대신 어린 묘목
심는다
이 나무가 곧게
자라서
세상 속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가지마다 그리움의
이파리 파랗게
반짝이고
한 가지에서 또 한
가지에로
새들이 넘나들며
울고
벌레들 불러들여 집과 밥을
베풀고
꾸중 들어 저녁밥 거른 아이의 쉼터가
되고
내 생의 사잇길 봄비에 지는
꽃잎으로
붐비는, 이 하염없는
추회
둥근 열매로
익어간다면
나를 떠나간 이여, 그러면 그대는
이미
내 안에 돌아와 웃고 있는
것이다
늦도록 늦봄 싸돌아다닌
뒤
내 뜰로 돌아와 내 오랜 기다림의 묘목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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