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기억 보관함

솔뫼들 2016. 12. 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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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내년도 수첩을 샀습니다.

정유년이네요.

수첩을 사러 반디 앤 루니스 서점에 들어갔는데 신년도 다이어리와 수첩 등은 밖에 내놓고 팔더군요.

물론 크리스마스 카드도 그렇고요.

근래 카드를 사본 적이 없어서 아직도 카드를 사는 사람이 있구나 싶더군요.

그런 걸 보면 저절로 연말 분위기가 나기는 하지요.

나라가 연말 분위기 낼 상황은 아니지만요.

 

 수첩을 사면서 옆을 보고서는 혼자 웃었습니다.

백지로 된 메모책을 파는데 글쎄 이름이 '기억보관함'이더군요.

참 재미있습니다.

그렇지요.

어디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찾아서 써야지요.

 

 확실히 기록을 한다는 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이제 자기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뇌에 점멸등이 들어온 것이지요.

일종의 경고등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잘 쓰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게 나이탓인 줄 알았더니만

20대도 그러는 걸 보니 세상 탓인가 봅니다.

누구를, 아니 무엇을 탓하면 안 되지요.

너무 무방비로 골치 아픈 일에 노출되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결국 복잡한 세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억보관함에 잘 보관을 해야겠지요.

 

 어머니께서 자꾸 깜빡깜빡 한다고 치매 걱정을 하시기에 젊은 우리도 그런다고 안심을 시켜 드리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그걸 자랑이라고 하느냐면서 퉁을 하시지요.

이번에 어머니께도 기억보관함 하나 사다 드리고 메모를 하시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나중에 기억을 하나씩 꺼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지금 대학시절 일기장을 꺼내 보며 가끔 웃음 짓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본 영화 중에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남편이 부부가 만나서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것을 날마다 읽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재미있다고 하기도 하고 애닯아 하기도 하다가 가끔은 바로 우리들 이야기 아니냐고 제정신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그걸 보면서 기억의 힘을 생각했습니다.

기억보관함이라는 말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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