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소매물도 등대길에서 (1)

솔뫼들 2016. 3. 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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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1시 40분 배를 타고 소매물도로 이동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내린다.

배에서 보니 음식점이며 카페, 숙박업소 등등 대매물도보다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훨씬 많다.

소매물도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고나 할까.

 

 소매물도에 내리자마자 저구항 생선구이집 '해미가' 주인장이 알려준 음식점 '토박이식당'을 찾아 본다.

간단히 점심을 먹을까 하고.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인이 통영에 나가서 장사를 못 한단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식당을 찾았으나 간단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어서

본래 계획했던 대로 컵라면으로 때우기로 했다.

매물도에서 간식을 먹었으니 일단 조금 걸은 후에.

 

 

등대길 입구를 찾아간다.

우리가 잠깐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에 사람들은 다 흩어졌다.

어디로 갔을까?

소매물도에서는 통영 나가는 막배를 타기로 했으니 시간 여유가 많다.

천천히 걸어도 되겠군.

 

한동안 바닷가 옆으로 난 낭떠러지 같은 길을 걷는다.

나무와 잡풀이 우거져 발 아래가 바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시원스럽게 들리는 파도소리만 우리가 바다 옆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얼마쯤 걸었을까?

남매바위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둥그렇고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그 앞에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으니 이 바위에 얽힌 이야기이겠군.

안내판에는 남매바위에 얽힌 애절한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

골짜기 중간의 집채만한 검은 바위가 숫바위이고 30m 떨어진 해안가에 또 다른 희멀숙한 바위가 암바위란다.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오누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는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치며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가 바위로 변해 버렸다는 전설이다.

 

전설을 읽고 나니 바위가 다시 보인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발길을 옮긴다.

간식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지나는 사람은 없지만 마땅한 장소가 나올 때까지 걷기로 했다.

 

 

걷다가 섬이 줄줄이 이어진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맛이 다른 컵라면을 꺼내 물을 붓고 기다린다.

가끔 이렇게 한 끼를 때우는 것도 괜찮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면 먹고 다른 먹을거리에 커피까지 챙겨 먹으며 잠시 쉰다.

 

소매물도 등대길은 바다백리길 중에서 거리가 가장 짧다.

설렁설렁 걸어도 1시간 남짓 걸으면 되리라.

물때가 안 맞아 등대섬에 들어가지 못 하니 시간이 더 많군.

 

등대섬에 들어갔다 오면 막배를 탈 수 없다.

소매물도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등대섬에 가기 위해서 이런 작은 섬에서 자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편해서

이번에는 그냥 막배로 나가기로 했다.

다음 번에는 물때가 맞는 계절에 여행 삼아 오든 아니면 하룻밤을 자든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걷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 했다.

모두들 짧은 길로 해서 멋진 등대섬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만 가는 모양이다.

작은 산인데 생각보다 나무도 많고 바위도 많다.

소나무도 있고,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소사나무도 있다.

물론 툭툭 꽃을  떨군 동백나무도 눈에 띄고.

 

비에 젖은 동백꽃이

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

처절한 울음소리

들어보셨어요?

 

피 흘려도

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

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

떨어지는 꽃잎들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거부하고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생각들

쌓이고 쌓이면

죄가 될 것 같아

 

마침내 여기

섬에 이르러 행복하네요

동백꽃 지고 나면

내가 그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되려는

의 동백섬에서...

 

 이해인의 < 동백꽃이 질 때 >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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