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공사장을 만났다.
진흙탕길을 겨우 벗어나자 길이 끊어져서 결국 공사장을 벗어나 우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이렇게 길이 어디인지 헤매게 만드는 곳이 있군.
울산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공사를 벌여 놓은 곳이 꽤 눈에 띈다.
야영장으로 보이는 공사장이 보인다.
지금 하고 있는 공사가 끝나면 대왕암 공원과 이어지는 멋진 곳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시민들에게 좋은 경관과 시설을 주기 위한 것이겠지.
불편한 길을 따라 걸으며 그렇게 위로를 한다.
우회로에서 다시 해파랑길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바닷가를 따라 걷는다.
안내리본이 한동안 보이지 않는데 여기도 공사중이네.
무슨 공사를 이렇게 많이 벌여 놓았담?
'울산은 공사중'이라는 안내 팻말이라도 달아 놓아야 할 것 같다.
겨우 안내리본이 보이는 길로 들어섰다.
간간이 음식점과 집이 보이는 곳을 지나자 다시 해변이다.
해변을 살펴보니 멀리 등대가 보인다.
등대 주변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찾아가니 작은 섬에 등대가 서 있고 섬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돌고래를 형상화한 작품이 있고.
울산 장생포가 고래로 유명한 곳이었지.
지금이야 법적으로 포경이 금지되었지만 울산을 대표하는 생물로 고래가 선정이 되었구나 싶다.
작은 섬이기는 하지만 슬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곳이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슬도'라고 불린단다.
또 바다에서 보면 모양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시루섬', 섬 전체가 왕 곰보 돌로 덮여 있어 '곰보섬'이라고도 한단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슬도를 돌아보고 발길을 돌린다.
안내리본을 따라 해안마을을 걷는다.
걷다 보니 꽃담이 이어져 있다.
어머나! 눈이 동그래질 만큼 멋들어진 꽃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 한다.
꽃무늬였다가 단순한 선이었다가 동그라미였다가...
이 꽃담을 가진 건물은 어떤 용도일까 궁금해져서 고개를 빼고 바라보게 될 정도이다.
꽃담으로 기분이 좋아져서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든다.
마을길을 걷다가 고문님께서 더 가면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다고 하신다.
시간이 좀 이르기는 하지만 주변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자고.
앞으로 가면서 음식점을 살핀다.
여기도 그리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지가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나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다.
오전 11시 40분, 천천히 걷다가 이름이 정겨운 식당을 하나 만났다.
'家, 집에서 만든 밥상'이라는 음식점을 보는 순간 거기에서 만든 음식도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날씨가 서늘해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걸 먹자면서 가자미찌개를 시켰다.
그런데 가자미 찌개는 물론 가자미 구이에 여러 가지 나물과 해산물로 한 상 푸짐하게 나왔다.
어느 것을 먼저 먹어야 할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네.
잘 먹고 커피를 챙겨 마시면서 쌉쌀한 맛을 풍기던 나물 이름을 물었다.
한 가지는 여러 가지 봄나물이 섞였고, 다른 하나는 곰피나물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이 지역 산에서 나는 이름인게지.
기분좋게 잘 먹었는데 마음에 안 드는게 있다면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몹시 퉁명스럽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고문님께서는 경상도 사람이라 그럴 거라 하신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런 태도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잠깐 쉬다가 배낭을 메고 일어선다.
방어진 거리를 따라 걷는다.
다행히 비가 오전보다 조금 약해져서 우산을 접고 고어텍스 모자를 썼다.
걷다 보니 방어진 글로벌 건축문화거리를 조성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글로벌하게 변모시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있으면 확인해 볼 일이다.
우회전, 좌회전을 하다가 길은 산으로 올라간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미포구장이 나온다는 이정표가 있다.
울산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축구단이 뭐더라?
고문님이나 나나 스포츠에 그리 관심이 없으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길 한쪽에 대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대나무가 잘 자랐다 싶었더니만 누가 그랬는지 죽순 껍질을 벗겨서 근처에 흩어놓았다.
죽순을 얻었으면 마무리는 깨끗하게 하고 갈 일이지 보기가 흉하구만.
사람들의 작은 이기심이 여러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셈이다.
조금 걷자 화정천내 봉수대도 나왔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경상도 들어서서 유난히 봉수대가 많이 보인다.
봉수대를 지나 우회전하자 아래쪽으로 파란 인조잔디를 입힌 축구장이 보인다.
그런데 왜 그리 작아 보이지?
아무도 없는 축구장이 녹색 축구장이 산뜻해보여 내려가서 한바탕 달리기라도 하고 싶다.
내처 길을 간다.
솔가리가 깔린 길을 옆에 두고 길은 포장도로로 가라고 한다.
저 길이 더 좋은데 평행으로 가지 않을까?
걸으면서 내내 옆으로 눈길을 준다.
포장도로와 물이 고인 진흙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솔향을 맡으며 가볍게 걷는다.
발바닥이 폭신폭신한 길을 걸으면서 콧노래를 불러 본다.
비록 산길이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사가 있어 힘이 들기는 하지만
비가 개인 것도 고맙고, 포장도로가 이어지지 않는 것도 고맙고, 소나무가 많은 것도 고맙고...
울산에서는 걷는 길 이름을 '울산어울길'이라고 지어 놓았다.
이런 길이라면 종일 걸어도 싫지 않을 것 같다.
산벚꽃이 휘날리고 막 세수한 맑은 산의 얼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런 산길을 가진 울산시민은 복 받은 셈이다.
화정산을 지나 염포산(해발 203m)으로 접어들었다.
해발고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인지라 힘이 든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또 공사장이 나온다.
공사장을 피해 돌아가야 하나 보다.
무슨 공사를 산꼭대기에 하나 했더니만 울산대교 전망대 공사란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대교 위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염포산에 건설중이다.
공사장을 돌아가니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잘 단장된 방어진공원이 나타났다.
공원에서는 하얀 연기를 내뿜는 현대미포조선이 바로 아래 보인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전망대에 포토존도 마련해 놓았고.
울산대교는 울산 동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바로 남구의 장생포와 연결된다고 한다.
한때 고래잡이로 성황을 이루던 장생포는 이제 고래와 관련된 관광산업으로 전환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래 문화 축제, 고래 바다 여행, 고래 음식 거리 등등 장생포와 고래는 떼어 놓을래야 그럴 수가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장생포를 거치지 않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다.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들리는 파도 따라 함께 흔들리며
뜨거운 햇살 뜨거운 바다 위에서
떠나간 고래를 다시 기다리는 일은
그 긴 골목길 마지막 외등
한 발자국 물러난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너를 기다렸던 일
그때 나는 얼마나 너를 열망했던가
온몸이 귀가 되어 너의 구둣발 소리 기다렸듯
팽팽한 수평선 걸어 내게로 돌아올
그 소리 다시 기다리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고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에서부터 푸른 어둠이 내리고
떠나온 점등인 별로 돌아가며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네가 울며 내 이름 부르며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정일근의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전문
전망대에서 울산대교와 미포조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공원길을 따라 걷는다.
부지런히 걷는데 앞쪽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가벼운 차림으로 보아서는 이 지역 주민이 운동 삼아 걷는 모양이다.
인사를 나누고 길 옆 나무를 살펴본다.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가다 보니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놓았는데 나무 이름이 홍가시나무'란다.
일본이 원산지라는데 우리 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도 많은데 굳이 일본 원산인 나무를 심어 놓았을까?
비록 식물에는 죄가 없다지만 우경화하는 일본이 밉다고 공연히 일본산 식물까지 밉상으로 여겨진다.
꽤 긴 산길이다.
이제 좋다 나쁘다는 생각도 없이 걷는다.
길 옆으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에 약처리를 해서 도포해 놓은 것이 여기저기 보인다.
정말 나무 묘지가 되어 버렸네.
재선충은 소나무의 물관을 막아 枯死시킨다고 한다.
재선충병이 중부지방까지 올라왔다는 뉴스를 들은 것 같은데 여기는 훨씬 더 심하다.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무가 소나무라는 조사가 있고,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니만큼 정부가 신경을 쓰니
더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어 본다.
내리막길이다.
여기만 내려가면 염포 삼거리가 나오고 8코스가 끝난다고 고문님께서 말씀하셨다.
내려가면서 보니 멀리 손톱만하게 보이는 것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내려갈수록 그 물건은 흰 손바닥만하게 커졌다.
저 물건들이 자동차 아니겠느냐고 짐작을 해 본다.
울산에서 그렇게 줄세워 놓을 물건은 자동차밖에 없다는 듯이.
오후 2시 50분, 산길을 2시간 넘게 걸어 드디어 도로로 내려섰다.
조금 걷자 '3포 개항지' 를 알리는안내비가 나온다.
염포가 3포의 하나였겠지.
복잡한 성내 삼거리에서 해파랑길 안내판을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안내스티커를 찾는다.
이제 공장지대를 걷는 길이 이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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