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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여인

솔뫼들 2012. 5. 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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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이문열의 소설을 손에 들었다. 현재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혼혈 음악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했다. 조심스럽다는 작가의 말도 그렇지만 나도 무의식중에 모델이 된 여성 음악가를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떠올리게 된다. 작품 속에 형상화되면 이미 현실의 그 인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끔 착각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여인은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비록 혼혈인이라고 해도 한국 사회는 백인 혼혈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물론 본인이 겪고 느끼는 혼혈에 대한 편견이나 대우는 다르겠지만. 미국인 어머니는 리투아니아계로 우여곡절을 겪은 후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리투아니아 여인이라고 붙여진 모양이다.

 

 리투아니아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한 나라이지만 우리 나라와 교역이 그다지 많지도 않고 거리도 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될 일이 별로 없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전에 누군가가 리투아니아로 출장을 간다고 했을 때 대충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서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리투아니아 해변의 모래 빛깔과 같은  머리카락 빛깔을 지닌 가진 여인이 바로 주인공 혜련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부산 사투리를 구수하게 쓸 정도로 한국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아이들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다. 미국에서 민속음악을 전공했다던가. 아주 많은 부분이 현실 속의 인물과 부합한다.

 한국에 잘 적응하고 음악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은데 다시 구설수에 휘말리고 그 김에 머리를 식힐 겸 세계를 떠도는데 그 과정에서 각 나라의 음악에 심취해 결국 민속음악을 하기로 하고 떠난다는 내용이다. 도피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쉽게 하는 말이지만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작품 속의 이 여인 같은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한국인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단일민족 운운 하며 살아서 잘 느끼지 못 하겠지만 밖에서 느끼는 것은 많이 다를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탈북해서 외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어디에 정체성을 느끼는지 조사한 내용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탈출한 북한이나 아니면 우리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보듬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이나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의 수가 우리 사회에 늘어난다. 앞으로는 점점 그 추세가 더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열린 마음과 자세로 포용력을 가질 때 우리 사회가 한층 성숙해지고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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