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히말라야'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감전이 된 듯 또는 무언가에 끌리듯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손에 잡은 책을 읽게 되었다.
단순히 제목에 '히말라야'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은 법상 스님이 히말라야 쿰부 트레킹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은 책이다.
쿰부 지역이란 에베레스트와 고쿄리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운수납자가 되어 바랑 하나 메고 떠나는 길...
이럴 때는 스님의 생활이 참으로 홀가분하고 편해 보인다.
물론 누구나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면
그 순간부터 거대한 자연 앞에서 오직 자신의 몸에 집중하게 되어 잡념이 사라진다.
그렇기는 하지만 승려라는 신분이 아무래도 생활인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법상 스님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거쳐 달랑 포터 한 명을 데리고 쿰부 트레킹에 나선다.
무려 14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말이다.
처음에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가 하루 연착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갔을 때의 상황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을 읽다 보니 스님은 2008년 가을에 트레킹을 하지 않았나 싶다.
2008년 가을에 비행기 사고가 있었기에
내가 갔던 2009년 봄에도 기상 상황이 안 좋으면 바로 회항을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이틀이나 더 카트만두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에 쫓겨 고산증에 적응을 못하고 고생했던 기억까지...
스님이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티벳 불교 사원인 곰파에서 느끼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고
룽다와 초르텐, 그리고 마니차를 볼 때도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이 지역은 안나푸르나 지역과 달리 티베트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
그런 면에서 스님에게는 성지 순례와도 같은 길 아니었을까.
누구나 히말라야를 대하고 있으면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거대한 산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하고 볼품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라도 오만함을 내려놓고 자연 앞에서 겸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뿌듯함이나 희열도 물론 있겠지만 자연 속에서 우주의 일원이 된 나를 발견하는 기쁨에 비할까.
여행은 혼자 떠나야 제맛이라는데,
특히 트레킹은 혼자 떠나야 오롯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생각이 엉키고 걱정이 앞서서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다시 한번 히말라야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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