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심리학'이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꿰뚫어보는 책일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갔다. 물론 가끔 신문 지면을 통해서 만나는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라는 사람의 글쓰기에 대한 믿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콕콕 짚어내고 명쾌하게 분석해내는 솜씨를 보면서 글 속의 인물이 나를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은 또 그런 생각으로 살겠구나 싶기도 했고...
우리 나라는 땅덩어리가 작다. 그래서 몇 번 다리를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이것이 때로는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익명성을 원하는 개성 강한 시대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거기에 끼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주 한국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 등등 연고를 중시하는 것이 연면히 이어져 오는 것도 그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아주 우습게도 개인 정보의 유출을 무척이나 염려하면서도 쉽게 대리 운전기사에게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고 자동차 열쇠를 맡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대한민국 도시인의 삶이다. 또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 중 휴대전화 증후군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으리라. 나부터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가방 속에 든 휴대전화를 진동이 없어도 가끔 꺼내어 확인해 보는 버릇이 생겼으니까. 그런 것으로만 소통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도시인의 모습을 보며 또다른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무조건적인 성형 열풍도 그렇고, '방' 문화가 성행하는 것도 그렇고...
이 시대의 우리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