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배운다는 것

솔뫼들 2009. 1. 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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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의 점심 약속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한낮인데도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았다. 타자마자 자리가 나서 운이 좋다 생각하고 앉으려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연세가 지긋한 분이 계셔서 자리를 양보하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분은 일행이 여럿 있었는지 자리가 날 때마다 다른 칸에 있는 분까지 불렀다. 저 연세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대충 나이를 가늠해 보아도 60대 후반이거나 70대 초반은 되어 보였다.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그 분은 옆자리에 앉은 분께 이야기를 하셨다.

 "이 나이에도 공부를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아. 애기들이 배우는 것을 배우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러고는 배낭에서 책을 꺼내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 보셨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젊은 사람들도 책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한 가지라도 더 공부하겠다고 꺼낸 책 내용이 궁금할 정도였다. 작은 글씨의 책을 보기 위해 눈을 찡그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배움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했으면 그 연세에 공부를 한다고 하실까? 자손들 다 키워 보내고 효도 받을 연세에 책가방을 든 분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얼마 전 산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통신 고등학교 강의를 일요일에 하는데 평일에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한단다. 사실 평일에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 지치고 요즘 사람들은 돈보다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더 좋아한다는데 산에서 만난 그 친구는 그 수업이 좋다고 했다. 그 이유를 들으니 평소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보람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었다. 연세 드신 분들이 자제나 손자 같은 교사들에게 '선생님, 선생님' 하며 따르고, 묻고, 심지어 일요일에 고생한다고 도시락까지 싸다 준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배움에 목마른 것을 채우기 위해 나이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교사는 얼마나 고맙겠는가. 대단한 열의에 고무되어 도리어 힘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는 새삼스럽게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나태하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유난히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사는 동안 겪었을 일들, 몰라서 답답한 일들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우리 어머니도 그 당시론 많이 배우셨다고 하는데도 뉴스를 보면서 경제 관련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답답하다고 하신다. 배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요즘이야 공부가 대개 취업과 관련되기는 하지만 써 먹을 일이 있든 없든 배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그러지 않았는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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