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아침에 청소를 하다 난 화분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꽃대가 하나 쑤욱 올라와 있었다.
반가워서 오늘 하루 종일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화분은 몇 년 전부터 키우던 화분이었는데
영 꽃을 안 피운다고 투정처럼 지난 해 말 집에 찾아온 선배에게 한 마디 했을 때
한때 꽃집을 했던 선배는
"물을 안 주고 고통스럽게 해 봐. 꽃을 피우지." 라고 한 마디 했다.
맞다. 아주 당연한 진리를 내가 잊고 있었던 거다.
모든 생물은 종족 보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바로 꽃을 통해 씨를 맺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그 본능은 강해진다.
산에 가다 보면 유독 솔방울을 다닥다닥 매달고 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다.
그 소나무는 십중팔구 비실비실해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인다.
그런 소나무가 자기는 죽더라도 자손을 퍼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솔방울을 그렇게 많이 매달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그렇게 환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해 보니 난을 괴롭혀서 얻은 즐거움 아닌가.
'모든 생물이 태어난 이유가 있을텐데 인간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해 보니 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꽃대를 올리느라 힘들었을테니 마음으로라도 힘껏 응원해 주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
이런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