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 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오늘의 시 2005.10.01
상사화 상사화 이원규 잠자리 한 마리 허공에 편지를 쓰면 나는 그저 베낄 뿐 선암사 상사화야 피든 말든 그대는 너무 먼 곳에 있다 바람의 두 귀를 잡고 아득한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오늘의 시 2005.09.26
푸르른 날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오늘의 시 2005.09.16
길 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 오늘의 시 2005.09.12
가던 길 멈춰 서서 가던 길 멈춰 서서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 오늘의 시 2005.09.05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 오늘의 시 2005.08.29
간이역 간이역 정공채 이제 그 꽃은 지고 지금 그 꽃에 미련은 오래 머물지만 져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는 걸. 여숙에서 잠깐 즐긴 사랑의 수표처럼 기억의 언덕 위에 잠깐 섰다가 흘러가 버린 바람이었는걸......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작은 간이역 하나가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 오늘의 시 2005.08.20
견우의 노래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 갔다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오늘의 시 2005.08.12
쨍한 사랑 노래 쨍한 사랑 노래 황동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 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 오늘의 시 2005.08.07
시인들은 무엇하러 있는가 시인들은 무엇하러 있는가 김현승 슬픔을 기쁨으로 그들의 꿈으로써 바꾸기 위하여 그 기쁨을 어린 아이보다 더 기뻐하기 위하여 그들은 가장 춥고 그들은 가장 뜨겁게 있다. 시인들은 무엇하러 있는가 그들은 땅 속에 묻힌 황금잎보다도 그들은 저 하늘 위의 별을 찾으며 무엇하러 있는가 그들은 소.. 오늘의 시 200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