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 여름의 끝

솔뫼들 2005. 8. 2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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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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