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성 냥

솔뫼들 2006. 2. 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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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냥

                                         오세영

 

     어둠 속에서

     칼을 가는가.

     한밤에 깨어

     성냥을 켜본 자는 안다.

     곽 속에 갇혀 싸늘하게 쏘아보는

     눈빛.

     배신은 차가운 불이다.

     이글이글 타는 숯불이 아니라

     파랗게 빛나는 인광,

     누구나 끼리끼리

     체온을 부비며 견디는 겨울,

     마른 성냥개비는 결코

     정에 젖지 않는데

     언 몸을 녹이려- 팍,

     성냥을 긋는다.

     그러나 아뿔사,

     기름에 번지는 불길

     불이야!

     함께 있어도 항상

     홀로 깨어 있는 성냥은

     배신을 노리는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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