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서리꽃

솔뫼들 2006. 1. 21. 00:16
728x90

            서리꽃  

 

                            정일근

 

   차가워진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으로 뜨거워지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약속 빙점 아래 잠들어

   꽃눈 속의 봄꽃들 아직 눈뜨지 못 하는데

   겨울의 새벽 입술이 유리창에 닿는

   얼음의 길을 따라 서리꽃 핀다

   서리꽃은 빙점하에 피는 뜨거운 꽃

   허공에 뿌리내린 불가해의 꽃

   차가운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

   별이 스스로 뜨거워지듯

   땅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 피는

   하늘의 가장 뜨거운 꽃이여

   사랑의 비등점은 빙점에도 있으니

   그 사랑에 꽃피우기 위해

   오랜 눈물 버리고 차가워지려니

   내 끓는 영혼의 꽃밭으로 찾아와 피어라

   피어라 사랑의 뜨거운 꽃이여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0) 2006.01.29
절대 고독  (0) 2006.01.23
세한도 가는 길  (0) 2006.01.08
나무 1  (0) 2006.01.02
하 루  (0) 2005.12.25